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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정규의 작살]From 은수미→To 이탄희
“아프다고 말해주어 오히려 고마웠습니다”

[헤럴드경제(성남)=박정규 기자]아리스토텔레스 수사학은 2400년동안 읽히고 연구해온 ‘설득의 기술’로 유명하다. 다른 사람을 설득하기 위한 언어 기법을 연구하는 학문이 수사학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변증학적 기초위에서 어떤것이 정의로우며 훌륭한 것인지를 개연적으로 증명해내는 수사학이 설득의 시술로서 가장 좋은 수단이 된다고 생각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이재명 경기지사, 이낙연 국회의원 등 유명한 정치인들도 설득의 기술로 자신만의 독창적인 기법과 특징이 따로 있다. 히틀러도 나찌 선전기법을 동원해 대중을 설득했다.

오늘은 은수미 성남시장이 6일 올린 페이스북 키워드 ‘영혼’을 소개한다. 그는 족쇄를 발에 차고 하루하루 힘겹게 시장직을 수행중이다. 그래도 하루도 빠짐없이 페북에 글을 올린다. 이만하면 개근상 감이다. 항상 그의 글에는 키워드가 있다. 그는 영혼이란 이미지를 자신속 거울에 비쳤다.

은 시장은 ‘이탄희의원의 고백을 읽고’라는 제목의 글을 자신의 페북에 올렸다. 그는 “몸이 감기에 걸리듯 영혼도 감기에 걸립니다. 올해 감기에 걸렸다고 내년에 괜찮다는 보장도 없습니다. 모두가 걸리는건 아니지만 누군가는 걸립니다. 부디 오래가는 심한 독감이 아니길 바라며 빠른 회복을 기원합니다”고 했다.

은 시장은 “아프다고 말해주어 오히려 고마웠습니다.5.18에서 살아남은 사람들부터 세월호유족에 이르기까지, 갑질이나 실직, 성희롱 피해자부터 코로나19 확진자까지,그냥 평범한 시민 중 누구나 일상의 고통을 경험하면, 영혼이 아플 수 있습니다. 재발하기도 합니다. 도저히 감당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것이 지극히 정상입니다”고 했다.

이어 “저도 과거 꽤 긴 구속을 겪으며 프로이트와 융같은 심리학자의 책을 읽기 시작했지만, 영혼의 감기는 계속 걸리는 것이더군요.다만 혼자 버티지 않도록, 손이라도 잡아드릴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이탄희 의원님의 고백 덕분에, 일상의 고통으로 힘겨운 모든 분들께, 위로를 전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되었습니다“고 했다.

은수미 성남시장 페북 캡처.

은 시장은 “가족과 친지에게라도 아프다, 말하셨으면 해요. 대부분 스스로 해결해야하지만 말하고 듣는 따뜻한 과정이 사람을 살리더라구요. 더 믿어주고, 시간을 두고 지켜봐주는 사람들이 꼭 있습니다”라고 했다.

앞서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경기 용인정)은 사법농단사태로 극심한 공항장애를 겪은 사실을 고백했다. 이 의원은 특히 21대 국회의원 당선 이후 증세가 재발됐다며 건강회복을 위해 잠시 국회를 떠나겠다고 했다.

은 시장은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다. 그는 이탄희 의원 고백을 듣고 동병상련(同病相憐)을 느꼈을 것이다. 자신을 옥죄는 대법원 시계 앞에 사실 대담한 사람은 있다면 거짓말이다. 이재명 경기지사도 마찬가지다. 은 시장은 긴 옥살이를 했고, 영혼의 감기에 걸려 신음하는 자신의 모습을 이탄희 페북 글로 투영했다. 동병상련을 겪은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의 영혼을 이해한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수사학은 단순한 설득 기법을 뛰어넘어 같은 처지의 모든 사람의 영혼을 이해할 수 있는 대문호의 글로 진화중이다.

fob140@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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