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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의연’ 불똥 튄 한국의 기부문화
후원금 유용 논란탓…기부의사 철회 잇따라
소규모 비영리단체 타격 심각

[헤럴드경제]워킹맘 A씨(38)는 지난 2017년부터 4년째 환경단체에 매달 3만원씩 기부하고 있다. 큰 애를 낳은 이후 아이들이 살아가야 할 미래의 세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가장 중요한 것이 자연환경 보호라고 깨달았기 때문이다. 물론 단체에 가입해 환경 보호 활동을 하는 게 최선이지만, A씨가 일과 가사를 동시에 해야 하는 워킹맘이다 보니 시간이 부족했다. 이에 환경단체 가입 대신 매월 후원으로 환경보호 활동에 대한 갈증을 풀어왔다.

이처럼 열혈 환경보호자인 A씨가 최근 후원 중단 여부를 심각하게 고민 중이다.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연대’(정의연)와 피해 할머니들이 거주하는 경기 광주시 ‘나눔의집’ 등에서 불거진 후원금 유용 논란 소식을 듣고 ‘과연 내 기부금은 제대로 사용되고 있나’라는 의심이 들었기 때문이다. A씨는 “만약 정의연처럼 A씨가 후원하는 단체도 후원금을 환경 보호가 아니라 부동산 매입이나 직원들 회식 같은 데 쓴다면 굳이 후원할 필요가 있겠나”라고 말했다.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 정의기억연대(정의연) 회계 투명성 문제 등이 폭로된 이후 소녀상 근처에서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구속을 요구하는 집회가 연일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정의연의 기부금 유용 논란이 확산하며 국내 기부 문화에 불똥이 튀었다. 사람들의 기부 심리를 위축시켜 기관에 들어오는 후원 철회 요청이 증가하는 모양새다. 회계에 서툴고 기부금 의존도가 높은 소규모 비영리단체들은 후원금이 축소되며 재정적 어려움을 걱정할 정도다.

실제로 정의연 기부금 논란 이후 비영리단체의 기부 철회 전화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도권 소재 A사회복지법인은 최근 기부 철회를 요구하는 문의가 이어지면서 곤혹스러운 상황이다.

A법인 관계자는 “기부금 관련 문제가 터질 때마다 정직하게 운영하는 단체들도 피해를 받을 수밖에 없다”며 “기부 중단을 요구하는 분들께 ‘정작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 그 도움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말씀을 드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의연 얘기를 언급하시면 홈페이지에 공개된 회계 감사 등 여러 자료를 보고 다시 한번 생각해달라고 설득하고 있다”고 덧붙했다.

경기도 소재 한 인권단체도 “정의연 등에 대한 수사 결과를 지켜봐야겠지만, 기부금이 중요한 재원인 우리 같은 소규모 비영리 단체가 받는 타격은 크다”고 말했다.

[사진제공=123rf]

다만 일부 후원자들은 상대적으로 기부금을 믿고 맡길 수 있는 ‘전문 모금기관’으로 눈을 돌리기도 한다. 규모가 큰 만큼 기부금 사용처나 회계 등이 투명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관계자는 "기부금 유용 논란으로 기부 중단이 잇따르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되레 우리 기관으로 ‘위안부 피해 할머니 등에게 직접 도움을 줄 수 있는지’를 묻는 분들이 꽤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법적 모금단체인 공동모금회는 내·외부로부터 감사를 받고 있고 기부금이 들어오면 어떻게 쓰였는지 그 결과까지 모니터링하기 때문에 신뢰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 같다”며 “앞으로 기부금을 받는 단체는 투명성을 확보하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도 기부금을 투명하게 운용하기 위해선 기관의 노력 뿐아니라 후원자들의 관심도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후원자들이 기금의 사용처를 적극적으로 알아보는 자세를 보이면 기관 역시 함부로 기금을 쓸 수 없기 때문이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관을 상대로 정보 공개를 적극적으로 요청하는 등 후원자로서 권리 의식을 높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해당 기관이 운영하는 홈페이지 등에 회계 감사 결과 등 각종 내용이 제대로 공개됐는지 꼼꼼히 살펴보고, 비영리 법인 대상으로 투명성과 재무 안정성 등을 평가하는 ‘한국가이드스타’의 정보를 통해 기관의 신뢰도도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onlinenew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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