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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칼럼] 21대 총선이 던진 ‘포스트 코로나’ 화두

#. “자연사박물관에나 보관해야 할 화석에 지나지 않는다.” 루21(Rue21 )의 전 최고경영자 밥 피쉬(Bob Fisch)가 백화점을 두고 한 말이다. 급변하는 소비행태와는 맞지 않는 과거의 유물이라는 것이다.

#. 42.1%. 시장분석업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마켓 인텔리전스가 내놓은 1년 내 미국 백화점의 파산 가능성이다. 지난 2월 10%에도 못미쳤던 게 불과 두 달여 만에 30%포인트 넘게 치솟았다. 매출은 계속해서 떨어지고, 나이키 같은 브랜드들마저 백화점을 떠나 독자적인 길을 찾고 있는 와중에 코로나19가 백화점의 생존자체를 위협하는 심각한 변곡점이 되고 있다는 얘기다.

그 누구도 걸어보지 않은, 아니 생각조차 하지 않은 길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이전(Before)과 이후(Post)를 나누는 경계선이 되고 있다. 모 백화점 관계자는 이렇게 하소연하다. “내일 어떻게 변할지 전혀 알 수 없다. 미국이나 일본처럼 대형 백화점이 망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 때면 아찔하다. 소비행태가 하루 아침에 180도 바뀌었다. 밖에 나가지 않아도 손가락 하나로 모든 걸 할 수 있다는 게 이렇게 쉬운 건지 사람들이 너무 급격하게 받아들였다.”

포스트 코로나를 얘기하는 건 그나마 ‘사치’라는 얘기도 들린다. 곳곳에서 들리는 ‘살려달라’는 외침은 생존을 위한 아우성 그 자체다.

“한 달 한 달 연명하는 게 문제가 아니다. 살아남는다고 치자. 생태계 자체가 무너졌는데 쉽게 재기할 수 있겠나?”(한 패션업계 관계자). “몇십억하던 매출이 몇백만원이다. (인천공항)임대료는 쥐꼬리만치 깎아주고선 생색만 낸다. 그것도 모자라 꼼수까지 부리는데 울화통만 터진다”(한 면세업계 관계자). “유급휴가를 준다고 하는데도 나오겠다고 하는 직원들이 많다. 혹시나 내 자리가 없어지는 건 아닌지 불안해서다.”(한 호텔 관계자)

시중에는 A그룹의 B계열사, C그룹의 D계열사가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다는 말도 심심찮게 들린다. 정상적인 경제활동이 ‘셧다운’되면서 흘러야 할 돈이 실종됐기 때문이란다. 대기업마저 이런데 다른 기업들은 어떻겠나.

21대 총선도 걸어보지 않은 길이다. 더불어민주당과 비례정당 더불어시민당은 단독으로 180석의 의석을 확보했다. 국회 전체의석(300석)의 5분의 3에 달한다. ‘공룡정당’의 탄생이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처음있는 일이다. 여당의 힘만으로 개헌을 제외한 모든 입법 활동이 가능해졌다. 민심이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걸어보지 않은 길을 선택한 데에는 이유가 있을게다. 끝을 알 수 없는 바이러스와의 전쟁에서, 그리고 이전과는 전혀 다를 것이라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선 안정적인 정치와 힘있는 정치가 필요하다는 민의가 모였을 것이다.

걸어보지 않은 길에선 모든 게 변해야 한다. ‘살려달라’는 외침에는 현미경 같은 지원으로 살 길을 터줘야 한다. 대기업, 중소기업, 소상공인 이렇게 편을 가르는 과거의 논리는 모두가 죽는 길이다. ‘예전에는, 과거에는…’의 사고방식은 자연사박물관에나 보관해야 할 ‘비포 코로나’의 유물이다. 걸어보지 않은 정치를 선택한 민의는 이전과는 결이 다른 정책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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