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재료의 정보를 자세히 확인할 수 있는 큐알코드.

▲‘다정한마켓’의 반려동물 간식 브랜드 ‘로렌츠’

▲ 국내산 100% 천연원물로 만들어진 ‘로렌츠 스틱’ 간식 [로렌츠 제공]

“버려지는 못난이 친환경 농산물을 해결하고 싶었어요” 박민수 ‘다정한 마켓’ 대표의 첫 마디였다. 청년 사업가인 그는 못생겨서 버려지는 이른바 ‘못난이 농산물’, 게다가 ‘친환경’ 마크까지 단 우리나라 ‘못난이’ 들만 데려온다. 여기에 아무런 첨가물을 넣지 않고 100% 천연원물들을 조합해 건강한 반려동물 간식을 만든다. 원산지 추적이나 비건 간식 등 그가 만드는 제품들은 새로운 트렌드 요소를 갖췄지만 흙냄새나는 친환경 농가와의 인연은 변함없이 유지하려는 그이다.

못난이 농산물은 친환경에서 더 많아

지난 2018년 설립된 ‘다정한 마켓’은 그해 12월 고용노동부로터 사회적기업가육성사업 지원대상으로 지정받아 현재 서울시 서대문구에 자리잡고 있다. 시작은 직접 농가를 돌아다니면서 듣게된 다소 충격적인 이야기였다.

“2016년 반찬제조공장을 위탁운영하면서 농가를 찾아다녔을 때 뜻밖의 얘기를 듣게 됐죠. 친환경 재배의 특성상 일반 농사보다 못난이 농산물이 훨씬 더 많이 나오는데 많은 부분이 그대로 버려진다고 하더군요. ‘빚 안지고 농사짓는 것이 소원’이라는 농민들의 상심은 생각보다 컸습니다”

박 대표는 친환경 못난이 농산물을 농가에서 받아 회원들을 대상으로 한 유통을 시작했고, 이를 반찬으로 가공하기도 했다. 초기에는 ‘가치 소비’에 주목한 회원들이 구입을 했으나 재구매로 연결되지는 않았다. ‘예쁘지 않은’ 농산물을 지속적으로 구입하려는 소비자들은 더이상 없었다. 절망적인 상황이었으나 그는 오히려 ‘희망’을 봤다고 했다.

“가공에 사용하면 더 유리하겠다고 생각했어요. 도매상에서는 친환경인지 일반 농산물인지가 중요하지 않아요. 모두 못난이일 뿐이죠. 저렴하게 구입해 가공한다면 소비자에게는 합리적인 가격을, 힘들게 농사지은 농민에게는 이득을 준다고 생각했죠”

때마침 지인의 반려동물 론칭 작업에 참여하게 된 그는 간식 시장에 이를 접목하기로 했다. 사람에게는 친환경 가공식품이 많지만 반려동물 간식의 경우 대부분이 중국산이었기 때문에 틈새시장을 노렸다. 이렇게 탄생된 ‘로렌츠’ 브랜드는 지난 1월 두레생협에 론칭했으며, 쿠팡의 로켓배송에도 납품하게 됐다. 신제품 역시 친환경 토경재배(땅에서 자라는) 딸기를 사용하기로 했다. 박 대표는 “딸기의 95%는 수경재배인데 이보다 친환경적인 토경재배는 5%에 그친다”며 “친환경 딸기의 경우 수확량의 30%가 못난이 딸기이며, 그 중에서도 특히 토경재배 딸기는 못난이가 훨씬 많다”고 했다. 그가 신제품에 이 딸기를 사용하기로 한 이유이다.

원재료는 투명하게 공개해야

건강한 농산물을 이용하는만큼 안전한 유통과 건강한 레시피도 필요했다. 그래서 고안한 제품은 레토르트 멸균을 통해 방부제와 첨가물 없이 상온 유통이 가능한 로렌츠 ‘스틱간식’(액상)이었다. 박 대표는 “반려동물 음식에는 조미를 해선 안된다”고 했다. 신장이 사람보다 취약하고 소화형태도 다르기 때문이다. 이어 그는 원재료 정보의 투명성도 강조했다.

“반려동물 간식은 ‘중국산·브라질산’ 이라는 설명없이 ‘국내산·수입산’으로만 표기해도 됩니다. 하지만 먹는 것은 어떤 정보든지 폐쇄되면 안된다고 생각해요. 로렌츠는 국내 최초로 원재료와 함량까지 모두 공개합니다. 원산지 추적 시스템을 만든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입니다” 제품 뒷면에는 국내 반려동물 식품 최초로 원산지 추적이 가능한 QR코드(큐알코드)가 부착돼있다. 원재료 농산물이 어느 지역, 어느 농부에게서 나왔는지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국내 최초’ 타이틀은 또 있다. 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HACCP, 해썹) 인증 공장에서 제품을 생산한다는 점이다. 사료는 이미 많이 있지만 반려동물 간식은 국내에서 처음이다.

단호박과 고구마, 당근 등 오직 채소로 만든 ‘비건 간식’도 개발했다. 사료의 대부분이 육류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식이섬유 보충을 위해 구입하는 소비자가 늘어나는 추세다. 스틱 간식들은 아이스크림처럼 먹일 수 있으며 독특한 큐브 형태도 있다.

박 대표의 목표는 ‘친환경 농가의 성장’과 ‘반려동물의 건강’ 을 모두 이뤄내는 것이다. 우리 땅에서 자란 건강한 농산물을 사람과 반려동물이 함께 먹고, 다음 세대에도 친환경 재배가 이어지도록 농가 소득에도 기여하고 싶다고 했다. 그의 바람에는 한 가지가 덧붙여진다. 친환경 재배로 인한 지구환경의 지속가능성이다. 박 대표는 세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기 위한 목표로 달리고 있는 셈이다. 육성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