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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영상의 오지랖] 코로나19 앞에선 사과할 수 밖에 없었던 이해찬
“집권당 대표로서 국민여러분께 송구스럽다”
그러면서 “일부, 코로나19 정치 이용엔 유감”
임미리 교수 고발건 사과 없던 것과 대조적
코로나19 확산 위기감 그만큼 크다는 방증
이와중에 여야는 신천지 vs 늑장 대응 공방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인영 원내대표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점점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는 코로나19 위기감과 관련해 국민에게 사과했다. 코로나19 확진자는 24일 오후 반나절에만 70명이 추가됐고, 총 800명이 넘어섰다. 이에 코로나19에 대한 전국민의 경각심이 한층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코로나19 중앙방역대책본부는 향후 며칠간이 코로나19 경계령의 최대 고비이자 기로로 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 대표가 고개를 숙인 것이다.

25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대표는 전날 최고위원회에서 “집권당 대표로서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대거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집권여당 수장으로서 큰 책임감을 느낀다는 뜻이다. 이는 어찌됐든 코로나19에 대한 방역망이 뚫리고 국민을 힘들게 하고 있는 것에 대해 여당의 책임을 인정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 대표의 이날 사과는 집권여당의 달라진 코로나19 접근법을 상징한다는 말도 뒤따른다. 정치권 관계자는 “이 대표는 얼마전 민주당의 임미리 교수 고발 및 취하 건에 대해서도 사과를 하지 않았는데, 코로나19에 대해선 사과한 것은 그만큼 이를 중요한 정치적 변수로 보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했다. 코로나19가 가져올 정치적 함수에 민주당이 심각한 고민에 돌입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민주당은 앞서 ‘민주당만 빼고’라는 제목의 칼럼을 쓴 임미리 고려대 연구교수를 고발했다 취하했고, 이 과정에서 표현의 자유 억압이니 언론탄압이라는 뒷말을 일으키며 여론의 역풍을 맞았다. 민주당에 대한 비판이 소셜네트워크 상에서 ‘#민주당만_빼고’ 해시태그 열풍으로 이어지면서 민주당으로선 매우 곤혹스런 입장에 놓였었다. 이에 이낙연 전 총리가 “겸손함을 잃었거나 또는 겸손하지 않게 보인 것들에 대해 국민들께 미안하게 생각한다”며 “앞으로 저부터 더 스스로를 경계하고 주의할 것이며 당도 그렇게 해주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이 대표나 당 지도부 대신 이 전 총리가 임 교수에게 사과한 것이다. 이 전 총리의 이 말에 임 교수는 “당 대표의 공식사과가 없는 것은 유감이지만 선대위원장을 맡기로 한 이 전 총리의 발언을 의미있게 생각하고 수용한다”고 하면서 이 문제는 일단락된 것이다.

임 교수의 말처럼 이 대표는 끝까지 공식적인 사과를 하지 않았다. 임 교수에 대한 검찰 고발에 대해 이 대표가 몰랐다는 등의 말이 민주당 내부에서 나왔지만, 어쨌든 검찰 고발 명의가 이 대표였기에 이에따른 뒷말은 끊이지 않았다. 임 교수에 대한 검찰 고발과 관련한 역풍이 거세지자 “마음이 아프다. 민주당이 앞으로 더 잘하겠다”(남인순 최고위원), “민심에 귀를 더 열고 경청하겠다”(이인영 원내대표) 등의 말이 민주당 고위급에서 나오긴 했지만 이 대표는 이 문제에 대해 일언반구도 하지 않았다. 이런 이 대표가 비상등이 켜진 코로나19 앞에선 국민앞에 송구하다고 한 것에 대해 정가의 시선이 쏠린 것이다.

미래통합당 심재철 원내대표가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마친 뒤 마스크를 다시 착용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진을 받은 환자와 접촉한 것으로 알려진 심 원내대표와 일부 의원들은 이날 회의가 끝난 뒤 자진해서 병원 검사를 받았다. [연합]

다만 무조건 고개만 숙이지는 않았다. 이 대표는 “일부 사람들이 코로나19를 정치에 이용하는 것은 참으로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총선이 다가오기 때문에 정치공세가 심해질 때이기 하지만, 코로나 극복이라는 당면과제를 극복하고, 국민통합을 해치는 선을 넘어선 안될 것”이라고 했다. 이 대표가 지칭하는 ‘코로나19를 정치에 이용하는 일부 사람들’은 미래통합당 등 야당인 것으로 보인다. 즉, 이 대표는 야당이 총선 정국에서 코로나19를 이용해 정부와 여당을 공격하고 이를 유권자 표심으로 연결하려는 움직임을 경계한 것이다.

이 대표의 이런 시각은 코로나19 확산의 근본적 책임에 대한 여야의 상반된 입장에서 기인한다는 게 중론이다. 여야 모두 코로나19에 대한 총력 대응의 중요성을 알고 있고, 코로나19로 인해 고통을 겪고있는 이들의 경제적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추경 편성엔 공감하고 있다. 다만 근원적인 책임이 어디에 있느냐는 것에는 이견이 있는 상태다. 민주당은 방역이 그런대로 잘됐었는데 코로나19를 전국적으로 가파르게 퍼지게 한 기폭제로 신천지예수교회를 꼽고 그에 대한 특단 대책에 포커스를 두고 있고, 미래통합당은 ‘중국인 전면 입국금지 조치’라는 유효한 타이밍을 잃은 문재인정부의 실정으로 무게를 두고 있는 상태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청와대가 이날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긴급 협의회를 열고 코로나19 사태 대응책을 당정청 차원에서 논의하는 등 분주한 흐름을 보이고 있는 것은 이와 관련이 크다. 여권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당정청 회의를 통해 코로나19 확산세를 막기위한 방역대책 및 경제 피해 최소화를 위한 추경 편성 등 추가적인 대응 방안이 폭넓게 얘기될 것으로 안다”고 했다. 이 자리에선 코로나19 확산의 기폭제로 지목된 신천지예수교회와 교인들에 대한 방역과 관리방안도 진중하게 논의될 것이라고 한다.

반면 미래통합당은 코로나19 확산세의 주원인을 정부의 늑장대응으로 규정하며 이 점에 있어서의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아야 할 상황이 된 것은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심재철 원내대표는 전날 “감염원 입국이라는 입구를 열어놓고 방역 대책을 해봐야 밑빠진 독에 물붓기이며, 통합당은 누차 중국인 입국 전면제한 조치를 말한 바 있는데 더 중국 눈치를 보지 말고 즉각 이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암튼 민주당이 ‘추경과 함께 신천지예수교회에 대한 특단대책’에 몰두하고, 미래통합당이 ‘중국전역 입국금지 확대와 정부 늑장대응’ 책임론에 주력하는 힘겨루기 과정에서 이 대표의 사과가 나온 것에 정가는 주목하고 있다. 그 사과의 타이밍이 맞았는지, 그 역시 늦었는지는 현재로선 지켜봐야 할 것 같다.

〈헤럴드경제 기자, 마케팅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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