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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영준의 안보 레이더] 일본 외교에서 배워야 할 점

지난 1월 21일 정부는 이미 아덴만 해역에서 해적 퇴치활동을 전개하고 있던 청해부대의 파견지역을 한시적으로 확대하여 오만과 페르시아만 일대, 즉 호르무즈해협에서 한국적 선박 항행 보호 임무도 담당하도록 하는 조치를 발표하였다. 이 해역에서 항행 안전을 위해 국제해양안보 구상 발족을 주도한 미국의 요청에 응한 것이다. 다만 정부는 연락장교만 파견하고 미국 주도 구상에는 참가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아울러 밝혔다.

일본도 우리보다 열흘 정도 앞서 유사한 조치를 취하였다. 지난해 7월부터 미국이 호르무즈해협에 자위대 파견을 요청해온데 부응하여 1월 해상자위대 P-3C 초계기 2대를 1진으로 파견하였고, 2월에는 호위함 1척도 추가 파견할 예정이다.

일본도 중동 지역 국가들과의 관계를 고려하여 미국 주도 구상에는 참가하지 않겠다고 명언하였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미국과 동맹을 유지하면서 중동지역 원유 수입 의존도가 높은 일본이 결과적으로 비슷한 정책선택을 한 것은 흥미로운 점이다. 다만 호르무즈해협 병력 파견에 임해 일본이 우리보다 세심한 외교를 전개한 것은 주목할 만하다.

자위대 파견을 전후한 1월 중순 아베 신조 총리는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오만 3개국을 방문하여 일본의 방침에 대한 이해를 구했다. 비록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지만 작년 6월에는 미국과의 관계가 악화되던 이란의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를 만나 양국 간 협력 재개를 중재하는 외교적 노력을 기울이기도 하였다. 이러한 외교적 노력 덕분인지 이란이 페르시아만 용어를 빌미로 한국에 불만을 표현한 것과 달리 일본에는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있다.

일본이 치밀한 전략적 판단하에 국가이익에 부담이 되는 요인들을 줄여나가려는 또 다른 사례로는 미-중 간 균형외교를 꼽을 수 있다. 양국 간 경제, 외교, 군사 분야에 걸친 전략적 경쟁이 심화되는 속에 일본은 미·일 동맹을 강화하면서도 중국과의 협력도 증진하는 외교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017년 11월 인도-태평양 전략을 공표한 이래 아베 총리는 이에 적극 공명하면서 긴밀한 보조를 맞추고 있음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비록 미국이 일본을 포함한 13개국과 체결했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 이탈하는 결정을 내렸지만, 일본은 육해공 자위대 능력을 강화하면서 각기 미군과 전례 없는 대규모 연합훈련을 동중국해는 물론 남중국해에서도 실시하면서 긴밀한 동맹 체제를 과시하고 있다.

동시에 일본은 중국이 주도한 일대일로구상이나 역내 포괄적 경제동반자 협정(RCEP)에도 적극 참여하기 시작하였고, 올봄 예정된 시진핑 국가주석의 방일을 계기로 양국 협력관계를 미래지향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또 다른 전략문서 공표를 준비하고 있다. 일본 자위대와 중국 인민해방군 사이에 해상과 공중 우발적 충돌 방지를 위한 핫라인 체계가 이미 구축되었고, 양측 함정들은 지난해 중국 칭다오와 일본 사가미 해상에서 각각 열린 국제 관함식에 별다른 제약 없이 참가하였다.

정치외교사 분야 석학으로 방위대학교 교장으로도 재직했던 이오키베 마코토(五百旗頭眞) 교수나 후지와라 기이치(藤原歸一) 도쿄대학 교수 등은 일본이 지향할 외교 정책으로 미·일 동맹 및 중·일 협력 동시적 강화라는 견해를 공통적으로 제시한 바 있다. 이 같은 제언에 일본 외교당국은 물론 아베 총리도 귀를 기울이는 것 같다.

우리는 한·미 동맹 강화와 한·중 협력 심화를 동시에 추구하면서 이를 기반으로 북한의 비핵화와 정상국가 유도를 견인해야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기존 동맹국과 전략적 협력관계를 견지하면서도 잠재적인 적대세력과 교류 확대를 통해 불안 요인을 줄여나가려는 일본 외교로부터 배울 점이 적지 않은 듯하다.

박영준 국방대 안보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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