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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팀장시각]수사(修辭)와 현실의 괴리…불신 자초하는 정부

기업을 향하는 수사(修辭·rhetoric)와 현실의 괴리. 다시 말해 기업을 대하는 말과 행동이 판이한 이 간극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정부를 불신하는 재계의 공통된 심리를 대변한다.

정부 당국자들은 외연으로는 기업하기 좋은 환경, 기업가 정신 등을 고취하겠다 한다. 하지만 현실은 재벌을 포식자로 규정하며 규제를 더한다. 노동계에 편향된 정책들을 쏟아내기 일쑤다.

공식적인 대외 메시지와 현실화되는 정책 실행이 엇갈리다 보니 기업인들은 매번 정부의 의중을 파악하는 데 적잖은 에너지를 소비한다. 한마디로 정부가 진심으로 원하는 속내가 무엇인지를 알아내는 게 기업 경영의 핵심이 되어버렸다.

이런 우려는 최근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의 5대그룹 회동으로 한층 더 고조되고 있다. 김 실장은 지난해 말 서울 시내 모처에서 삼성, 현대자동차, SK, LG, 롯데 등 5대그룹 고위 임원들과 비공개 회동을 가졌다 한다. 김 실장은 이 자리에서 올해 정부 정책 현황을 설명하고, 향후 제2의 반도체가 될 만한 신사업을 5대그룹이 함께 찾고, 공동 연구개발 및 투자에 나설 것을 당부한 것으로 전해진다. 기업인들은 이 주문에 적잖은 부담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부랴부랴 결과물을 만들어내기 위해 함께 모여 머리를 맞대고 논의까지 진행했다. 물론 결론을 내지 못했다.

정부가 미래 먹거리 발굴을 독려하고 기업 간 협업을 강조한 건 충분히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수사다. 하지만 급변하는 경영 환경 속에서 기업들이 사활을 걸고 비밀리에 신사업을 도모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사정은 달라진다. 전기차 배터리의 시장 주도권을 두고, 프리미엄 TV의 기술 우위를 두고 대기업간에 치열한 공방이 오가는 게 작금의 현실이다. 정부의 당부는 지극히 비현실적이었다.

청와대 정책실장이 나서 5대 그룹이 한국 경제의 미래 성장을 함께 도모해 달라는 정부. 하지만 최근에는 도리어 기업 경영에 불확실성을 더하는 정책 마저 더해졌다.

3월 주총시즌을 불과 한 달여 앞두고 이뤄진 사외이사 임기 제한 규정이 그렇다. 정부는 사외이사의 독립성을 제고하기 위해 사외이사 임기를 6년으로 제한하는 내용으로 상법 시행령을 개정했다. 당장 사외이사 임기를 6년으로 제한함에 따라 오는 3월 주총에서 물러나야 하는 사외이사는 총 76명에 달한다. 벌써부터 기업들은 적임자를 구하느라 난리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기업과 주주의 인사권을 침해하는 과잉 규제”라며 강하게 반발한다. 주어진 물리적 시간이 극히 부족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결코 과한 반응이 아니다. 기업을 바라보는 정부의 진정정이 왜 끊임없이 의심받는지를 이번 사례는 다시 한번 증명한다.

정세균 신임 국무총리는 취임사에서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경제의 활력을 높이겠다. 경제를 살리는 힘은 기업으로부터 나온다”고 했다. 그는 “기업이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도전에 나설 수 있도록 정부가 먼저 혁신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행정부를 아우르는 신임 총리의 이 다짐을 과연 기업인들은 얼마나 믿고 있을까. 이 또한 수차례 반복돼 온 수사에 불과하다 믿는 이들이 절대 다수가 아닐 지 의심스럽다. 과연 언제쯤이면 기업인들이 정부의 진정성을 믿는 날이 오게될지 자못 궁금하다. 답은 결국 정부가 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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