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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 ‘소비자는 없는’ 마트 설 휴무 논란

매년 명절 연휴를 앞두고 ‘대형마트 의무휴업’이라는 해묵은 논란이 반복된다. 설과 추석 직전 주말은 장보기 수요가 몰리는 최대 대목인데, 의무휴업일이 종종 겹치기 때문이다. 대형마트는 기초자치단체에 휴무일을 변경해달라고 읍소하지만 대다수 점포는 예정대로 문을 닫는다.

올해는 상황이 조금 다르다. 이달 의무휴업일은 설 당일(1월25일) 직후인 일요일(1월26일)이다. 이미 대다수 고객이 장보기를 끝낸 시점으로, 휴무에 따른 매출 영향이 미미하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큰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이번엔 대형마트 3사가 회원사로 있는 한국체인스토어협회와 대형마트 노동조합의 의견이 갈렸다.

협회는 “최근 대형마트 일부 점포 직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85% 이상이 설에 쉬고 싶어 했다”며 휴무일을 설 당일로 조정해줄 것을 지자체에 요청했다. 반면 노조는 “명절 당일 마트를 찾는 고객이 가장 적다”며 “기업의 매출을 위해 노동자들의 휴식권을 강탈하려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노조는 기존 의무휴업일은 물론 설 당일도 문을 닫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각 주체의 목소리는 크지만, 소비자를 고려한 입장은 어디에도 없었다. 의무휴업일에 따른 불편을 감수해야하는 것도 소비자, 원하는 곳에서 장을 볼 수 있는 선택권을 박탈당한 것도 소비자임에도 이런 논의에서는 소외된다. 소비자들은 이미 대형마트 영업 규제의 실효성이 예전만하지 못하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매년 반복되는 논란에 피로감을 느껴야 한다.

최근 마트에서 만난 주부 A씨는 “명절 때마다 매번 의무휴업일이 바뀌어서 혼란스럽다”며 “명절 직전에는 대형마트가 항상 문을 열 수 있도록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직장인 B씨도 “누구를 위한 의무휴업일인지 모르겠다”며 “대형마트가 쉰다고 해서 전통시장을 가는 시대는 지났다”고 말했다. 이들은 한 목소리로 현실을 반영한 정책을 강조했다.

대형마트 영업규제는 전통시장과 중소상공인을 보호한다는 목적으로 2012년 처음 시행돼 전국으로 확대됐다. 이후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SSM)은 월 2회 의무 휴업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현실과 동떨어진 규제로 소비자 불편만 초래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유통시장 경쟁구도는 대형마트 대 전통시장이 아닌 오프라인 대 온라인 유통으로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업규제로 인한 전통시장 보호효과가 뚜렷하지 않은 상황에서 소비자 선택권만 축소되고 있는 셈이다.

대형마트 영업규제가 도입된 지 8년이다. 그동안 대형마트는 온라인 쇼핑몰에 유통강자 자리를 빼앗겨 매출이 급감했고, 전통시장은 경쟁력을 회복하지 못했다. 소비자는 더 똑똑해졌지만 한 달에 두 번 대형마트에서 장볼 수 있는 권리를 잃었다. 그 누구도 이득을 보지 않았다면 의무휴업일은 누구를 위한 것일까. 영업 규제의 득과 실을 다시 따져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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