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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오염 덩어리 미군기지, 원상 복구는 당연히 미국부담

정부가 인천 부평과 경기도 동두천, 강원도 원주에 있는 미군기지 4곳을 돌려받았다고 11일 밝혔다. 이들 기지는 폐쇄된지 길게는 10년이 됐지만 그동안 오염 정화 문제로 반환 협상이 지지부진하다 이번에 완전히 마무리 지었다는 것이다. 협상이 늦어지면서 개발사업 등의 지연으로 불만이 컸던 해당 지역 주민과 지자체도 이제 한숨을 돌리게 됐다.

한데 그 뒷 맛이 개운하지 않다. 기지내 환경정화 비용 부담에 대해선 분명한 선을 긋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들 4곳의 오염된 토양을 원상회복하는 데는 대략 1100억원 가량 든다고 한다. 특히 인천 부평의 캠프 마켓은 다이옥신이 검출되는 등 오염 정도가 넓고 심해 800억원 이상의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돈은 사용자인 미국이 부담해야 하는 게 당연한 상식이다. 정부는 우선 우리가 관련 비용을 부담한 뒤 협의를 거쳐 미국측에 받아낸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선(先)반환·후(後)협의’가 순조로울지는 의문이다.

미국은 그동안 정화 비용을 낼 수 없다는 입장을 줄곧 견지해왔다. ‘미군 주둔 시설을 반환할 때 원상회복이나 보상의무를 지지않는다’는 한·미 주둔군지위협정(SOFA) 4조가 그 근거라는 것이다. 또 한·미간에 2001년 체결된 ‘환경보호에 관한 특별양해각서’(KISE)도 내세우고 있다. 이에 의하면 ‘인간 건강에 대해 널리 알려진 급박하고 실질적인 위험을 초래하는 오염’에 대해서만 책임진다고 돼 있다. 그러면서 미군이 오랫동안 생활해 온 기지내 이러한 오염은 없었다고 하는 걸 보면 미국이 입장을 바꿀 가능성은 거의 없다. 실제 일본과 독일 미군 기지에서도 환경비용을 부담하지 않았다고 한다. 자칫 공짜로 땅 빌려주고, 큰 돈을 들여 뒷처리까지 해줘야 할 판이다.

하지만 미국의 주장은 현실과 다르다. 2년 전에는 서울 용산 주한미군 기지 내외부에선 벤젠 톨루엔 크실렌 등 기준치를 넘는 유독성 화학물질이 대량 검출돼 충격을 주기도 했다. 더욱이 기지내 기름 유출 사고를 방치하는 바람에 주변 토지와 지하수를 오염시킨 적도 있다고 한다. KISE에 규정된 ‘실질적 위험을 초래하는 오염’이다.

정부는 순순히 물러서선 안된다. 오염 복구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내용을 담은 SOFA 규정을 개정하고, ‘후 협의’에서도 단호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 아직도 돌려받아야 할 미군기지가 국내 20여 곳이나 남아있다. 최대 규모인 용산도 반환 절차가 시작됐다. 추정이 불가할 정도로 천문학적 비용은 당연히 미국이 책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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