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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당리당략에 예산안 결국 파행처리, 협치 실종된 국회

내년도 예산안이 정기국회 마지막 날인 10일 저녁 파행을 거듭한 끝에 가까스로 처리됐다. 국회는 이날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4+1(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 협의체가 합의한 512조3000억원 규모의 수정 예산안을 상정, 통과시켰다. 한국당이 결렬하게 반대했지만 4+1협의체가 수의 힘으로 밀어붙인 것이다.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제1야당이 배제된 가운데 예산안이 통과된 것은 유감이다. 더욱이 500조원이 넘는 사상 최대 규모의 슈퍼 예산이기에 더욱 그렇다. 게다가 여당이 제1야당과 합의없이 예산안을 처리한 것은 처음이라고 한다.

이날 4+1협의체의 강행처리에 대해 여야 모두 할 말이 많을 것이다. 실제 예산안 처리 직후 오가는 여야 설전에는 시퍼렇게 날이 서 있었다. 한국당은 “위헌적이고 위법적”이라며 문희상 국회의장을 거세게 몰아붙였다. ‘세금 도둑질’이라는 격한 표현을 동원하는가 하면 “역사가 기억할 것”이라고도 했다. 반면 민주당은 “패스트트랙 법안 협상 때문에 시간을 끌어와 놓고 뒤늦게 날치기라고 주장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며 한국당 주장을 일축했다. 하지만 예산안 조차 합의처리하지 못한 책임에는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다.

결국 예산안의 변칙 처리는 여야 정쟁의 결과물인 셈이다. 100일에 이르는 정기국회 회기가 결코 짧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선거법 개정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등 패스트트랙에 오른 법안을 둘러싸고 여야가 충돌하는 바람에 금쪽같은 시간을 다 까먹었다. 따지고 보면 4+1협의체라는 것 자체가 선거법 개정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정략적 한시적 합종연횡이 아닌가. 삭발과 단식 투쟁을 내세우며 장외집회로 국회를 무력하려한 한국당의 행태도 마찬가지다. 대화와 타협의 정치는 실종되고 정쟁만 난무하는 작금의 정치판 현실이 부끄러울 뿐이다.

문제는 앞으로도 경색 정국이 해소될 여지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정기국회 회기가 끝이나자 민주당은 4+1협의체를 가동해 선거법과 공수처법을 밀어붙일 태세다. 이에 한국당은 필리버스터와 함께 수정안을 대거 제출하며 시간을 끄는 전략을 구상중이라고 한다. 쪼개기 임시국회라는 편법도 예상된다. 이 과정에서 여야는 또 지리한 공방과 극한 대치가 이어질 것이다. 말로는 국민의 뜻을 받든다고 하지만 도무지 민생이 안중에 있기나 한지 의심스럽다. 20대 국회를 ‘최악의 국회’로 꼽으며 여야 공히 ‘물갈이’에 총선 성적이 달렸다는 전망이 나오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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