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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 리더십 흔들, 민주주의 ‘휘청’
대통령 쫓겨나고 의회는 해산…
佛·英·美·남미 정치시스템 한계
신자유주의 체제하의 불평등
국민적 분노·포퓰리즘도 등장

“선택받은 정치인들, 당신들이 책임져라”

5일(현지시간) 프랑스에 다시 시위와 파업의 불길이 치솟았다. 지난해부터 올 봄까지 유례없는 장기 대규모 시위사태였던 ‘노란 조끼’ 이후 또한번 에마뉘엘 마크롱 정부가 위기를 맞았다. 노란조끼 시위는 유류세 인상 방침에 대한 반대가 이유였다. 이번엔 연금체계 개편에 항의하는 시민들이 일손을 놓고 거리를 메웠다. ▶관련기사 3·8면

가장 통렬한 비판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향했지만, 궁극적으로 이들의 분노가 향한 곳은 모든 정치인과 정치시스템이었다. 시위대는 자신들의 손으로 뽑은 통치세력을 규탄하는 피켓들 몸소 들며 “주권은 국민에게 있다”, “부자는 배부르게, 가난한 사람은 배고프게 하는 시스템을 규탄한다”고 외쳤다.

오늘날 대의 민주주의가 맞고 있는 위기의 한 단면이다. 근대 민주주의의 발상지인 프랑스를 비롯해 올 들어 영국과 미국 등 민주주의의 본진에서도 잇따라 대의 민주주의의 한계가 표면화되면서 ‘위기’는 ‘현실’이 되고 있다. 대통령제 국가에서 대통령은 쫓겨나고, 의원내각제 나라에선 의회가 해산하며, 대의정치가 사라진 자리를 거리 정치가 메우고 있다.

국민들의 손으로 뽑은 의회 의원들은 집안싸움에만 빠져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라는 국가적 과제를 3년 동안이나 공전시켰다는 비판에 휩싸였고, 민주주의 수호자를 자청했던 미국 대통령은 국민들에게 ‘위임’받은 권력을 남용한 혐의로 탄핵 심판를 눈 앞에 두고 있다.

여기에 전세계 곳곳에서 일고 있는 시위 사태는 국민들로부터 권력을 이임받은 통치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지 않고 있음을 여실히 드러냈다. 엘리트 권력에 가로막힌 자신들의 목소리를 전하기 위해 시민들은 직접 거리로 나서는 쪽을 택했고, 리더십은 흔들렸다. 올해 하반기 레바논과 스페인, 칠레, 에콰도르, 홍콩에서 일어난 대규모 시위가 그 예다.

불평등과 정부 부패, 정치적 자유 등 원인은 달랐지만, 마찬가지로 시위로 표출된 분노가 모두 통치 시스템, 즉 선출된 권력에 대한 불신으로 수렴하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가진다.

CNN은 ‘민주주의가 시험대에 올랐다’는 제하의 기사에서 “볼리비아의 경우 시위대는 군부의 도움 하에 권위주의 통치자인 에보 모랄레스 대통령을 끌어내는 성과를 도출했다”면서 “하지만 볼리비아 국민들 사이에서는 민주적 체제의 번영에 대한 합의가 약해진 상태”라고 지적했다.

경제적 불평등 심화는 대의 민주주의의 위기를 가속화시킨 배경 중 하나로 거론된다. 1970년대 이후 경제적 자유주의를 표방하는 신자유주의의 확산이 ‘빈익빈 부익부’로 이어지면서 대의 민주주의는 서서히 부자들과 특권층을 위한 시스템으로 변질되기 시작했다.

경제난과 불평등 속에서 국민들의 분노는 고조됐고, 정권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을 이용한 포퓰리즘 세력의 등장은 세계 정치를 더 큰 불활실성으로 몰아넣었다는 지적이다. 온라인 독립플랫폼 오픈데모크라시는 “대의민주주의의 위기의 기저에는 신자유주의 경제모델이 존재한다”면서 “자원과 부의 축적을 덕목으로 여기는 신자유주의적 패러다임은 가장 모범적이라고 여겨졌던 민주주의마저 그 대상으로 삼으면서 통치의 우선순위를 뒤엎고 있다”고 말했다.

대의 민주주의의 한계를 틈타 속속들이 등장하고 있는 권위주의적 정권들은 가장 오래된 정치체제인 민주주의마저 위협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제왕적 통치자들이 결국 민주주의의 위기를 심화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 하버드대 정치학과 교수인 스티븐 레비츠키와 대니얼 지블랫의 공저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는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와 트럼프 대통령,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딘 러시아 대통령 등의 ‘독재적 통치자’로 인해 국민들의 자유와 권리마저 침해당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손미정 기자/balm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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