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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길용의 화식열전] 일감몰아주기와 석숭과 왕개의 교훈
뉴스종합|2019-11-20 11:05

[헤럴드경제=홍길용 기자] 석숭(石崇)와 왕개. 중국 역사상 최고의 부자로 꼽히는 이들이다. 조조의 위(魏), 유비의 촉한(蜀漢), 손권의 동오(東吳)로 나뉘었던 삼국을 통일한 서진(西晉) 때 사람이다.

석숭은 가난하게 자랐으나, 관직에 오른 후 가렴주구(苛斂誅求)로 큰 돈을 벌었다. 그의 뇌물을 받지 않은 이들이 없을 정도라고 하니 각종 이권에도 깊숙이 개입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왕개(王愷)는 이른바 ‘금수저’다. 누나가 서진의 초대황제인 사마염(司馬炎)의 모후다. 황제의 외숙부였던 셈이다. 석숭과의 재산자랑에서 왕개가 밀리자, 사마염이 황실의 산호수 내줬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이로 볼 때 조카의 위세를 엎고 엄청난 부를 축적했으리라 여겨진다.

석숭과 왕개가 더욱 유명해진 이유는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돈 자랑 때문이다. 닭 모이로 금가루를 주는가 하면, 사람의 젖을 먹여 돼지를 기르는 따위의 기행(奇行)들이다. 이들이 사치의 끝을 누렸던 서진은 50년만에 멸망한다. 더군나 서진의 멸망 후 중국 본토에 첫 이민족 국가가 수립된다. 석숭과 왕개의 치부와 사치는 결국 망국의 조짐이었던 셈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미래에셋그룹이 총수일가에 부당한 이익을 제공했다는 판단을 내리고 제재 절차에 착수했다고 한다. 이른바 미래에셋의 사모펀드들이 투자한 호텔과 골프장 등의 운영을 박현주 회장 가족이 지배하는 회사들에 맡긴 내용이다.

가장 핵심에는 미래에셋컨설팅이란 회사가 있다. 박 회장 부부 등이 지배하는 회사로 미래에셋펀드서비스, YK디벨롭먼트 등을 자회사로 거느리고 있으며, 미래에셋캐피탈 등 주요 계열사 지분도 보유하고 있다. 미래에셋 측은 그동안 계열사도 아니고, 미래에셋컨설팅이 영업적자를 보고 있어 이익을 얻은 게 없다고 항변해왔다.

계열사가 아닌 계열사가 운용하는 사모펀드가 투자한 자산에서 나오는 일감을 총수일가가 갖는 데 대해서는 그 동안 해석이 분분했다. 공정거래법상 ‘계열사’로 판단할 지 여부가 애매해서다. 이번 공정위의 판단으로 일단 ‘계열사’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미래에셋컨설팅은 최근 매출액이 크게 늘면서 영업손익도 개선되고 있다. 이 회사의 매출액은 2013년말 147억원에서 2018년말 3745억원으로 5년새 25배 넘게 불어났다. 2015~2016년엔 영업적자였지만, 2017년 이후엔 영업흑자로 돌아섰다. 그 동안의 행보로 볼 때 최근 미래에셋의 미국 호텔 인수, 아시아나항공 인수참여 등은 미래에셋컨설팅의 잠재적인 일감들이다.

한국타이어그룹 조현범 사장에게도 최근 검찰의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총수 일가의 지분이 높은지주회사에 자회사들이 비정상적으로 높은 브랜드 사용료를 지급하도록 한 혐의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총수익스왑(TRS)를 통해 계열사 지분을 확보한 데 대해서 일감몰아주기 규제대상 이 될 수도 있다는 금융당국의 판단이 나오기도 했다. 이른바 대기업 총수일가에 대한 비판적인 여론을 일으켰던 일감·이익 몰아주기에 대해 좀 더 엄격한 규제기준이 세워지는 과정으로 보인다.

날로 비밀이 줄어드는 세상이다. 정정당당한 부가 존경받을 수 있는 법이다.

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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