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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르포] “롤스로이스의 ‘최고 파트너’ 한화에어로”…항공엔진 업계 ‘신흥강자’로
영국 더비 롤스로이스 항공엔진 생산 공장을 가다
한화에어로, 롤스로이스와 1조2000억원대 대형 계약 체결
롤스로이스, 한화 베트남 공장에 큰 관심…“협력 강화할 것”
신현우 사장 “글로벌 넘버1 파트너로 도약”
영국 더비 시에 위치한 롤스로이스 러닝 앤 디벨롭먼트 센터(Learning and Development Centre).

[헤럴드경제=더비(영국) 이세진 기자] 지난 5일(현지 시간) 런던 히드로 공항에서 3시간여를 달려 도착한 영국 중부 공업도시 더비(Derby). 이곳에는 세계적인 항공엔진 제작업체 롤스로이스(Rolls-Royce) 공장이 위치해 있다. 웰컴센터를 거쳐 도착한 엔진 조립동에서는 현존하는 세계 최대 여객기인 에어버스 A380에 탑재될 ‘트렌트900’ 엔진 조립이 한창이었다.

직경 3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엔진 케이스 공정을 시작점으로 각 공정당 3~4명의 엔지니어들이 100% 수작업으로 엔진을 조립하고 있었다. 부품 하나 하나가 승객의 생명과 직결되는 만큼 고도의 정밀함을 요구하는 작업이다.

‘블루 보드’라고 부르는 커다란 칠판에 필요한 부품들을 모두 걸어 놓고, 남은 부품이 없어질 때까지 조립과 확인을 거듭하는 과정에서는 100년 넘게 세계 항공엔진 시장을 주도해 온 롤스로이스의 장인정신이 느껴졌다.

이곳 더비 공장에서는 트렌트900 엔진을 비롯해 에어버스 A330에 장착되는 트렌트700, 보잉사 787 드림라이너에 들어가는 트렌트1000은 물론, 최신 항공기 에어버스 A330 네오(neo)의 심장인 트렌트7000 엔진도 함께 조립되고 있었다.

공장 한쪽 끝에서 다른 끝까지 걸어서 30분 가량 걸리는 대형 부지에는 이따금씩 거대한 원통 굴뚝 모양의 시설도 눈에 띄었다. 공장을 안내한 롤스로이스 관계자는 “굴뚝이 아니라 엔진을 세워서 테스트하는 시설”이라며 “이곳에서 생산된 엔진을 독일 베를린이나 싱가폴로 보내 2차 조립을 하기 전 엔진이 안전하게 작동하는지 꼼꼼히 살핀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는 롤스로이스가 영국의 럭셔리 승용차 브랜드로 인지도가 높지만, 롤스로이스는 미국의 GE(제너럴일렉트릭), P&W(프랫앤휘트니) 등과 함께 3대 항공엔진 제조사로 더욱 유명하다. 자동차 제조와는 30년 이상 분리돼 별도의 사업을 이끌어오고 있으며 연 매출이 196억달러(약 23조원)에 달하는 글로벌 기업이다.

이날 더비에는 신현우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사장을 비롯한 경영진이 방문해 롤스로이스와 대형 계약을 체결했다. 한화는 지금으로부터 35년 전인 1984년부터 군수엔진 정비사업 및 창정비 등을 시작으로 롤스로이스와 인연을 맺고 사업을 확대해 왔다.

지난 5일(현지 시간) 영국 더비에 위치한 롤스로이스 사업장에서 신현우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사장(오른쪽)과 앤디 그리즐리 롤스로이스 터빈사업부장이 항공기 부품 공급 계약을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제공]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오는 2021년부터 최소 25년간, 롤스로이스가 생산하는 모든 기종의 트렌트 엔진에 장착되는 터빈 부품을 공급하게 된다. 계약 금액은 10억달러(1조2000억원) 수준으로, 롤스로이스와 한화의 단일 계약 건으로는 가장 규모가 크다.

신현우 사장 일행을 맞이한 앤디 그리즐리(Andy Greasley) 터빈사업부장과 워릭 매튜(Warrick Matthews) 인스톨레이션사업 총괄부사장 등 롤스로이스 경영진들은 한화를 ‘최고의 파트너’라고 격찬했다.

워릭 매튜 총괄부사장은 기자단과 만나 “롤스로이스에 부품을 공급하는 파트너사가 700곳 가량 되는데, 이 중 한화는 기술력이나 품질, 신뢰도, 납기 등을 모두 고려해 ‘톱10’에 꼽는 파트너사”라며 “실제로 지난해 ‘최고 파트너상’을 수상할 만큼 중요한 협력관계에 있다”고 말했다.

특히 롤스로이스는 지난해 말 가동을 시작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베트남 공장을 높이 평가했다. 매튜 총괄부사장은 “한화는 (한국 본사인) 창원에서의 엔진 생산 과정을 동일하게 베트남에 이식시키고, 인건비를 절감해 저비용으로 같은 기술력과 품질, 인력관리 시스템, 운송 등을 보장하고 있다”면서 “이에 베트남 공장은 우리에게 아주 매력적”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5일(현지 시간) 영국 더비 롤스로이스 사업장에서 워릭 매튜 인스톨레이션사업 총괄부사장이 기자단에게 항공엔진 사업을 설명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제공]

이에 신현우 사장은 “최근 착공에 들어간 베트남 2공장은 사실상 롤스로이스와의 이번 계약 건으로 물량이 채워질 것으로 보인다”면서 “롤스로이스와의 미팅에서 ‘2공장은 당신들 것’이라고 반농담조로 이야기했는데 굉장히 반기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신 사장은 또 “현재 세번째 공장을 설립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며, 지속적으로 공급 물량을 늘려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최근 항공분야를 확대하려는 그룹 차원의 전폭적인 지지와 투자 아래 급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최근 5년간 롤스로이스를 비롯해 미국 GE와 P&W 등 세계 3대 항공엔진 제작사들과 엔진부품 장기계약에 성공했다. 수주 금액만 198억달러(23조원)에 이른다.

또 2015년에는 P&W로부터 단순 엔진부품 공급업체에서 RSP(국제공동개발) 사업 파트너로 지위가 격상된 이후 본격적으로 사업규모를 확대하고 있다. 최근 미국 항공엔진 부품 전문 제작업체인 이닥(EDAC) 사를 인수하면서 글로벌 제조경쟁력 확보에도 힘쓰고 있다.

향후 한화그룹은 2022년까지 항공기 부품과 방위산업 분야에 4조원을 투자할 계획도 밝혔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성장은 더욱 두드러질 것으로 전망된다.

신 사장은 “글로벌 항공기 엔진 부품시장은 2025년 542억달러 규모에 이르며 연간 6%대 성장세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롤스로이스를 비롯한 3대 엔진 메이커들의 ‘글로벌 넘버1 파트너’ 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투자를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jin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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