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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권준수대한신경정신의학회 이사장·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조커, 사회적 무관심이 낳은 우리시대의 ‘괴물’
뉴스종합|2019-11-08 11:20

영화 조커를 보는 내내 영화 밑바탕에 흐르는 어둡고 칙칙함, 불안감, 뒷골목에서 일어나는 불량한 사건들을 보는 듯한 불편감을 느꼈다. 이 영화는 한 인간이 철저히 사람들로부터 무시되고 방치된 이후 질서를 파괴하는 반사회적 인물이 되어 가는 과정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고, 역설적으로 인간에게 있어서 사회에서 자신을 인정받고 그것을 통해 자존감을 느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깨닫게 해준다. 비록 그것이 정상적이지 않고 사회 파괴적인 행동일지라도 다른 사람에게 무시되고 버려져 상처 받은 자존감을 그렇게 해서라도 보상받으려 몸부림 치는 조커의 행동은 섬뜩하지만 동시에 그를 동정하게 만든다.

어릴 적부터 어머니로부터 학대를 당하면서도 오로지 다른 사람을 웃기는 것을 천직으로 알고 코미디언이 되고 싶은 조커는 아무에게도 환영 받지 못한다. 인간의 자존감은 자신 내부의 성숙된 생각과 가치에 의해 얻어지기는 하지만 이는 타인으로부터의 인정이 기초가 된다. 자존감이 약한 사람은 자신의 실제 모습과는 별개로 남의 시선을 의식하며 전전긍긍 살아간다. 자신감이 부족하기 때문에 대인관계가 원만하지 않고 열등감이 심하다. 이는 어릴 때부터 자신의 존재에 대한 충분한 의미를 가지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런 면에서 조커는 어릴 때부터 자신의 존재의미가 없는 상태에서 자존감이 생길 수 없다. 그것이 심지어는 사람을 죽이는 상황, 도시 전체가 광란의 데모를 일으키는 상황에서도 자신의 자존감을 올려주는 행위라면 그 사람의 존재 가치를 느낄 수 있는 것이다.

결국 조커는 기존 사회질서를 파괴하면서 자신의 자존감을 느끼고, 다른 사람의 우상이 된다. 도시 전체가 광란의 현장으로 변하지만, 조커는 이를 통해 즐거움을 느낀다. 누구에게도 인정받지 못하는 삶을 살았던 자신을 우상화하며 열광하는 시민들의 모습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하며 희열을 느낀다.

최근 우리 사회의 계층 간 갈등, 불공정, 불평등이 심각한 사회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조커라는 인물에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공감한다는 것은 여전히 우리 사회에 많은 사람들이 존중 받지 못한다고 느낀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 사회가 소외 받는 이들을 보듬지 못하고, 버려두고 있다는 것이다. 즉 우리사회 어디서 인가 또 다른 조커가 만들어져 가고 있다 할 수 있다

만약, 조커의 어머니가 어린 조커를 따뜻하게 안아 주었더라면, 토마스 웨인이 대문을 열고 손길을 내밀어 주었다면, 상담사가 조커의 말에 진심으로 귀 기울였다면, 머레이 프랭클린이 조커에게 응원의 말을 건네었다면, 조커의 공연을 보는 관객 중 단 한 명이라도 웃어주었다면 조커라는 비극적인 인물은 탄생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사회적 약자라는 이유로 우리는 그들을 차별했고 때론 무례하게 대한다. 타인에 대한 관심이란 큰 게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인정하고, 존중 해주면서 상대의 말에 귀 기울여주고 토닥거려 주고 안아주는 것이다. 이 영화를 보면서 사랑을 갈구하는 조커에게 비록 망상이었기는 하지만, 옆집 여성 소피의 따뜻한 말 한마디가 치유의 힘이 된 것처럼, 나부터 주위 가까운 사람들에게 따듯한 격려와 위안을 줄 수 있는 관심을 가져야 된다는 것을 느꼈다. kt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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