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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김필수] 마켓
뉴스종합|2019-10-28 08:09

[헤럴드경제=김필수 IB증권섹션 에디터] ‘보이지 않는 손(invisible hand)’이 작동하지 않는 시장은 실패(market failure)한다. 주로 상품, 서비스, 정보 등의 독점에 기인한다. ‘보이는 손(visible hand)’이 거들어야 한다. 과도하면 역시 실패(government failure)하지만, 뒷짐 지고 있는 건 직무유기다.

#슈퍼마켓

“CJ만두는 깨끗한 시설에서 만들었고, 맛을 보장합니다. 믿고 사세요”

현장 판매보조원이 열심히 홍보한 이 만두를 이마트에서 사먹고 탈이 났다 치자. 누구의 잘못인가? 만두의 하자 발생 시점이 중요하다. 제조과정에서인가, 유통과정에서인가. 전자라면 CJ, 후자라면 이마트의 잘못이 크다. 전자라도 이마트는 관리 소홀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마트’ 간판을 보고 발걸음한 소비자들이기 때문이다. 하물며 이마트가 따로 주문해 납품 받은 만두(OEM, 주문자상표부착생산)라면, 책임에서 벗어날 틈은 없다.

#펀드마켓

“이 펀드는 손실위험이 없고, 고수익을 보장합니다. 믿고 사세요”

믿음직한 은행원이 열정적으로 판매한 DLF(파생결합펀드)가 사달이 났다. 영국·독일금리와 연계한 DLS(파생결합증권)를 편입해 팔았는데, 금리가 급락하면서 원금 전체가 날아갈 정도의 손실이 났다. 사모(私募) 형식을 취해 각종 규제를 피했다. 문제가 된 DLF의 대부분을 우리은행(4012억원)과 KEB하나은행(3876억원)이 팔았고, 일부 증권사가 DLS를 미미하게(3개사 총 74억원) 팔았다. 잘잘못을 놓고 말이 많지만, “OEM방식이었다(자본시장법 위반)”로 기울고 있다. 주문자는 은행이다. 증권사에 맞춤형DLS를 만들어 달라 했고, 자산운용사에는 이 DLS를 편입 및 운용하도록 요청했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은행과 증권이 갑이기에 응할 수 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은행이 책임에서 벗어날 틈은 없다.

#레몬마켓

금융감독원은 이번 사태에 대해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표현을 썼다. 모든 걸 알고 있는 금융회사가 상품 설계·제조·판매 과정에서 고객들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기울어진 운동장’ 아래 쪽에서 위 쪽으로 공을 차는, 애처로운 선수들(고객)을 상상해 보라.

한 쪽이 정보를 독점하는 시장과 관련된 또 하나의 용어가 ‘레몬마켓’이다. 흔히 중고차 시장을 빗대 쓰인다. 레몬마켓은 싸구려만 남는 저급시장이 된다.(사는 사람은 중고차 가격을 일단 후려친다. 그 차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이다. 모든 걸 아는 판매자의 대응은 두 갈래다. 정말 문제가 있는 차라면 받아들일 것이고, 문제가 없는 차라면 팔지 않는다. 결국 저급차만 거래된다)

펀드마켓이 레몬마켓이 될 리는 없다. 우량품의 비중이 훨씬 더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DLF·DLS 사태에서 사모펀드는 레몬 즙과 향을 흠뻑 뒤집어썼다. 사모펀드는 싸구려 저급품으로 전락할 것인가.

조짐이 보인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DLF는 일종의 도박 상품”이라고까지 폄하했다. 이 와중에 DLF 관련 자료를 삭제한 하나은행은 뭐 하자는 건가. 참담하다. 은행에서 사모펀드 등 위험상품을 팔지 못하게 하자 해도 할 말이 없다.

그렇더라도 냉정해져야 한다. 빈대 잡자고 초가삼간 태울 일은 아니다. ‘하늘의 그물은 엉성해도, 빠뜨리지 않는다’고 했다. 옥죄지 않고도 다스릴 수 있다는 얘기다. 자칭 ‘도박판’이 될 때까지 직무유기한 감독당국의 몫이자, 의무다.

/pils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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