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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병기 연예톡톡]설리 비보, 악플과 악플유도행위를 방치할 것인가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스물다섯 청춘 설리의 사망으로 ‘악플’의 폐해가 또 화제가 되고 있다. 그동안 악플 문제가 제기될 때마다 흐지부지 넘어갔다. 성토만 있고 대책이 없었다. 댓글 실명제, 본인 인증제 등 해결책이 나오기도 했지만, 표현의 자유 등에 의해 없던 일이 돼버렸다.

그러는 사이 악플은 어쩔 수 없다며 넘어가 버린 면이 있다. 당연시 된 면도 있다. 기본적으로 웬만한 연예인에 관한 글에는 악플이 많이 달린다. 이를 두고 관심의 표현이라고 하기는 힘들지 않은가?

한국 문화를 취재하려온 동남아 기자들이 설리의 죽음을 두고 나에게 “한국 아이돌들이 왜 그렇게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지 말해달라”고 물어보지만 속시원하게 답변해주지는 못한 것 같다.

악플을 포함한 인터넷 문화는 해결책이 없다는 이유로(?) 방치돼 왔다. 연예인과 셀럽은 악플과 가짜뉴스 등의 피해자가 되면 겉잡을 수 없이 무너진다. 연예인들이 가끔 “인터넷 끊었다”며 자신에 대한 악플이 존재함을 간접적으로 호소하기도 하는데, 사실은 연예인 대다수가 악플을 다 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설리는 드라마 ‘호텔 델루나’에 출연한 후 “신기하게도 악플이 없었다”고 말해 댓글을 챙겨봤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최진실의 절친 이영자는 최진실에게 악플을 보지 말라고 신신당부했지만 새벽 3시까지 몇천개의 댓글을 일일이 다 읽는다고 말한 바 있다.

오죽하면 프로그램 제목이 ‘악플의 밤’일까. 스타들이 악플에 대해 그냥 당하지만 말고 끄집어내 소통하려고 노력해보자는 취지로 탄생한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이는 그냥 넘겨버려야 하는 악플까지도 뉴스화해 많은 사람들에게 알게 할 수 있다는 단점 또한 안고 있다. 그렇다면 왜 ‘선플의 밤’이라는 프로그램은 안나올까?

그렇다고 연예인이 쓴 글과 연예인에 관련된 기사에 부정적인 글을 달지 말라는 뜻은 아니다. 비판은 해도 되지만 비난을 해서는 안된다. 비판을 하되 매너를 지켜야 한다. 하지만 해야 될 말, 하지 말아야 될 말 사이에서 선을 넘는 사람들이 많다. 이는 매너의 문제이자 문화의 문제이지, 법적 차원의 얘기가 아니다.

악플의 확대재생산에는 나도 몸 담고 있는 언론의 책임 또한 없지 않다. 연예인은 이효리가 얘기했듯이, 조용히 살고 싶지만 잊혀지기는 싫은 존재다. 연예인이 SNS에 사진을 자주 올리는 것은 이런 복합적인 감정의 소산이다. 그렇다고 사적인 공간에서의 사진을 무분별하게 끌고와 [단독]이라는 단어를 달고 기사화(이 자체가 악플을 유도하는 행위다) 하고야 마는 기자들은 이제야 말로 자제해야 한다.

특히 설리는 유독 악플에 많이 시달려 우울증을 앓아왔고, 걸그룹 활동까지 중단해야 했다. 설리는 대중이 원하는 방식으로서의 걸그룹의 모습이나 이미지가 아닌, 자신의 주체적인 생각과 주장을 펼쳤기에 더욱 많은 악플과 공격에 시달려야 했다. 고인은 ‘노브라 권리’를 주장했지만 돌아오는 것은 악플이었다. 설리의 앞서가는 생각이 진지한 토론의 장으로 발전하지 못하고 감정배출구가 돼버린 것은 두고두고 아쉬움으로 남는다.

요즘 댓글창은 수시로 ‘감정의 폭력’이 오가는 공간이 되어버렸다. ‘감정의 폭력’의 펀치를 한 번이라도 맞아본 사람이라면 그 쓰라림의 강도를 잘 안다. 연예인이 아무리 대중의 사랑을 먹고 산다고 할지라도 우리는 연예인에게 그렇게까지 할 수 있는 권리는 없다.

공황장애란 자신의 본래 모습에서 크게 벗어날 때 발생하는 질환이라고 한다. 아이돌들이 점점 유명해지면서 자신의 본 모습과는 멀어진다. 평범한 또래들이 할 수 있는 일을 못하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자신에 대한 악플들이 보이지 않는 띠를 형성해 자신을 가둬버린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해진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인터넷 실명제 실시와 악플러 처벌 강화 등을 바라는 청원 글들이 올라오고 있는 상태다. 악플과 악플유도행위를 방치해도 되는 건지, 진지하게 생각해 대책을 마련할 때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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