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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점증하는 R·D 쌍공포]실제와 1%p 오차 나는 정부 경제전망치 …내년 성장률 민간보다 1.5배 높아
성장률 오차수준 심각…1%p 밑돌거나 0.6% 웃돌아
'先 낙관, 後 조정' 행태…경제 손실·정책 불신 불러

[헤럴드경제=정경수 기자] 최근 5년 사이 정부의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실제와 최대 1%포인트까지 어긋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내년 경제성장률은 민간 기관보다 약 1.5배 높은 2.6%로 내다보고 있다. 급격하게 변하는 국내외 경제상황을 감안하더라도 오차 수준이 심각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15일 심기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기획재정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4~2018년 최근 5년 간 실제 성장률은 정부의 전망치를 최대 1.0%포인트 밑돌거나 0.6%포인트 웃돈 것으로 나타났다. 2017년(예측 2.6%, 실제 3.2%)을 제외하고는 대개 전망치가 장밋빛이었다. 전년도 말 기준 전망치를 기준으로 분석한 수치다.

'1.0%p 오차'가 비교적 작은 수치 같지만, 지난해 명목 국내총생산(GDP)이 1893조4970억원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액수로 무려 19조원 가까이 벌어진다. 우리나라 한 해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에 해당하는 수준의 큰 규모다.

올해도 0.6~0.7%p의 오차를 기록할 전망이다. 정부는 당초 올해 성장률을 2.6~2.7%로 전망했었다. 하지만 국내외 기관들은 대외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올해 2% 내외 성장하는 데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내년 전망치도 마찬가지로 큰 오차가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2020년도 예산안을 편성하면서 내년 경제성장률은 2.6%, GDP 디플레이터는 1.2%로 내다봤다.

반면 LG경제연구원은 내년 한국 경제 성장률을 올해보다 낮은 1.8%로 전망했다. 현대경제연구원도 내수와 수출 부진이 이어져 내년 한국 성장률이 2%를 밑돌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 밖에 국회예산처는 2.3%, 아세안+3 거시경제조사기구(AMRO)는 2.2%로 내다봤다.

정부가 내놓는 경제전망은 정책을 결정할 때 중요한 지표로 활용된다. 매년 말 제시되는 전망치를 토대로 세수 증가율과 세출 증가율 등 예산안의 골격을 결정한다. 정부는 하반기에 다시 수정 전망치를 제시해 오차를 줄이지만 이미 중요한 정책 결정은 이뤄진 상황이라 큰 의미가 없다.

경기를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전망하면 세수결손(예산안 작성 당시 전망보다 실제 세수가 적게 걷히는 것)에 직면하게 된다. 경제성장률이 낮아지면 기업, 국민들의 수입이 줄어들고, 국가에 납부하는 세금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세계잉여금으로도 부족하면 결국 증세, 지출계획 포기, 국채발행 등을 택해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 과다추계로 인한 세수결손이 빚어진 2013년에는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기도 했다.

반대로 지난해에는 보수적으로 경제전망을 한 탓에 역대 최대 규모의 초과 세수가 발생했다. 불황에도 긴축재정을 펼친 결과를 낳았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같은 문제점에도 매년 정부의 예측은 보기 좋게 빗나가고 있다. 성장률 과대 추정 후 하반기에 하향 조정하는 행태가 만성적·구조적으로 존재했다. 전망이 틀릴 수는 있지만 오차가 지나치게 크고, 잘못 분석한 데 대한 어떠한 인정도 없다는 것에 대한 비판 목소리가 높다. 정부의 불신을 부를 수도 있는 문제다.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이 문제가 거론됐다. 박명재 자유한국당 의원은 "국민에게는 높은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희망고문이나 마찬가지"라며 "경제주체들이 올바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보다 솔직한 전망치가 나와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상봉 한성대 교수는 "정부의 전망치는 달성을 위해 노력할 목표로 인식하는 게 맞다"면서도 "하지만 오차가 과다한 면이 있다. 내년 성장률의 경우에도 다른 기관들보다 최대 2배 가까이 높게 산정했기 때문에 세수 결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세돈 숙명여대 교수는 "낙관적으로 전망하도록 강요하는 정치적 입김이 작용한다"며 "여기에 관료의 무능까지 겹쳐진 탓에 매년 정부의 예측은 구조적으로 빗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kwat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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