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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0일이면 합격 가능”…파생상품 판매자격 너무 쉽다
증권·부동산과 한데 묶어 평가
어려운 선물·옵션 등 비중 낮아
금감원 “금투협 자율관리 허술”

일선 은행 직원들이 펀드투자권유자문인력 자격증을 보유하지 않고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상품 펀드(DLF)를 판매했다는 의혹과 함께, 해당 자격증 자체의 실효성에 대해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금융투자협회가 관리하는 투자권유자문인력 자격증에는 증권, 펀드, 파생상품의 세 종류가 있다. DLF를 팔기 위해서는 펀드투자권유자문인력 자격증을 취득해야 한다.

하지만 세부 합격기준과 사교육 시장 등을 살펴보면, 직원들이 해당 자격증을 취득했다하더라도 전문적인 지식을 갖추고 고난이도의 파생상품펀드를 판매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펀드투자권유자문인력 시험과목은 펀드일반, 파생상품펀드, 부동산펀드 등 세가지인데 파생상품펀드 비중은 전체 100문항 가운데 25문항밖에 되지 않는다. 합격 기준은 과목별 정답비율이 50% 이상으로, 전체 정답비율이 70% 이상인 사람이다. 100점 만점에 70점을 넘으면 난이도 높은 파생상품펀드 분야에서는 반타작만 해도 합격할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이번 DLF 사태에서 보듯이 파생상품펀드를 판매하기 위해서는 파생상품에 대한 심도있는 이해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펀드투자권유자문인력 시험의 난이도는 파생상품투자권유자문인력 시험의 난이도에도 미치지 못한다. 작년 합격률을 보면 펀드투자권유자문인력 시험이 41.6%로 파생상품투자권유자문인력(34.7%)보다 높았다.

수월한 난이도를 반영하듯 사교육 시장에서는 해당 시험의 공부기간을 1~3개월로 잡고 있다. ‘수강후 불합격시 100%환불 보장’ 조건을 내건 곳도 많다. 시험에 합격한 사람들도 단기에 합격할 수 있는, 난이도가 낮은 시험이라고 입을 모은다.

한 대형증권사 PB는 “공식 교재는 네권, 900쪽에 달할 정도로 방대하지만 대부분 기출문제나 요약본 형태의 교재를 보고 응시한다”며 “족보까지는 없지만 온라인 강의 등의 적중률이 높다”고 전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객관식 시험의 형식상 파생상품의 기초만 알도록 하는 수준일뿐 개별 상품의 구조나 리스크를 다 확인해서 고객에서 설명할 능력을 준다고 보긴 어렵다”며 “상품을 파는 직원도 모르고 소비자는 더더욱 모르니 상품이 팔리는 게 ‘무지의 조화’인 셈”이라고 지적했다.

금융당국에서도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금감원 관계자는 “세부 합격기준을 살펴보면 지나치게 허술한 면이 있다”며 “금감원에서 주관하는 공인회계사 자격증과는 달리 협회 자율적으로 운영하면서 제대로 관리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향후 감독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윤호·원호연·김현일 기자/youkn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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