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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담배 줄이려 전자담배로 갈아 탔다?…전자담배 사용자 80% 일반담배도 피운다
-복지부, ‘궐련형 전자담배 사용실태’ 분석
-전자담배 사용자 대다수 일반담배도 함께 사용
-흡연량 오히려 더 늘어 건강에 치명적
전자담배 사용자 상당수가 일반담배도 함께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헤럴드경제=손인규 기자] #흡연자 최모(40)씨는 그 동안 일반담배를 피우다가 지난 해 전자담배로 갈아 탔다. 담배를 줄여보려는 하나의 노력으로 전자담배를 선택했지만 냄새가 나지 않는 점 때문에 오히려 흡연 환경은 보다 수월해졌다. 차에서 피우는 것은 물론 건물 밖으로 나가기 귀찮을 때면 실내 화장실에서도 가끔 담배를 피우곤 한다. 하지만 가끔 전자담배로는 부족함이 느껴졌다. 소위 일반담배와 같은 소위 '타격감'이 느껴지지 않아서다. 결국 몇 달 전부터 최씨는 전자담배와 일반담배를 모두 사용하고 있다.

담배를 끊어보고자 혹은 담배를 줄여보고자 궐련형 전자담배를 선택하는 흡연자 중 상당수가 일반담배도 함께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원래 의도와는 달리 오히려 흡연량이 늘어 건강에는 더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

▶전자담배 이용자 80%가 일반담배도 사용=보건복지부는 ‘궐련형 전자담배 사용실태 및 금연시도에 미치는 영향 분석’ 연구 결과를 22일 발표했다. 조홍준 울산대 교수팀이 2018년 5월부터 11월까지 표본으로 추출한 20-69세 7000명을 대상으로 흡연하는 담배 종류와 흡연행태, 궐련형 전자담배에 대한 인식을 조사했다.

우선 담배 종류별 사용 현황을 보면 현재 담배제품 사용자(1530명) 중 궐련(일반담배) 사용자는 89.2%(1364명), 궐련형 전자담배 사용자는 37.5%(574명),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자는 25.8%(394명)으로 나타났다.

이 중 한 종류의 담배만 사용하는 사람은 60.3%(922명), 두 종류의 담배를 함께 사용하는 사람은 27.1%(414명), 세 종류의 담배 모두를 사용하는 사람은 12.7%(194명)였다.

특히 궐련형 전자담배를 사용하는 사람(574명)을 분석한 결과 궐련형 전자담배만 사용하는 사람은 13.4%(77명)이었고, 궐련형 전자담배와 궐련을 함께 사용하는 사람이 47%(270명), 궐련형 전자담배와 액상형 전자담배를 함께 사용하는 사람이 5.7%(33명), 세 종류의 담배를 모두 함께 사용하는 사람이 33.8%(194명)으로 나타났다.

즉 궐련형 전자담배 사용자 10명 중 8명(80.8%)은 궐련을 함께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담배제품 사용에 변화도 있었다. 지난 2017년 6월 궐련형 전자담배가 국내에 출시된 이후 지난 해 9월까지 흡연행태 변화를 살펴보면 궐련만 사용하는 비율은 17.2%에서 14.8%로 감소했다. 반면 궐련형 전자담배만 사용하는 비율은 1.5%에서 2.3%로, 궐련형 전자담배와 궐련을 함께 사용하는 비율은 3.2%에서 4.4%로, 3종류의 담배를 모두 함께 사용하는 비율은 2.4%에서 3.1%로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한편 흡연량을 보면 궐련만 사용하는 사람은 1일 평균 12.3개비, 궐련형 전자담배만 사용하는 사람은 8.7개비, 궐련과 궐련형 전자담배를 함께 사용하는 사람은 17.1개로 나타났다. 한 종류의 담배만 사용하는 사람보다 궐련과 궐련형 전자담배를 함께 사용하는 사람의 1일 평균 흡연량이 많은 것이다.

한편 궐련형 전자담배를 사용하는 장소로는 자동차가 35.9%로 가장 많았고 가정의 실내도 33.3%로 높았다. 그 외 16.1%는 실외금연구역, 15.8%는 회사의 실내, 8.2%는 음식점 및 카페에서 궐련형 전자담배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응답했다. 궐련형 전자담배 사용자들은 사용 이유로 ‘담뱃재가 없어서(79.3%)’와 ‘궐련에 비해 냄새가 적어서(75.7%)’라고 응답한 비율이 높았다.

조홍준 교수는 “조사 결과 궐련형 전자담배 사용자 중에서 궐련형 전자담배만 사용하는 사람은 매우 적으며 대부분은 두 종류의 담배를 사용하는 이중사용자 또는 세 종류의 담배를 모두 사용하는 삼중사용자였다”며 “두 가지 이상의 담배 종류를 사용하는 중복사용자는 담배 사용량이 많아 니코틴 의존성이 높고 궐련을 사용하기 어려운 실내에서도 사용하기 때문에 담배를 끊을 확률이 낮다”고 말했다.

조현 순천향대서울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일반담배를 피우다가 전자담배로 갈아 탄 흡연자 중 상당수가 전자담배로는 만족감을 못 느낀다고 하는데 일반담배를 빨아들일 때 목을 탁 치는 소위 ‘타격감’을 전자담배에서는 못 느낀다고 한다”며 “니코틴 농도가 낮은 것도 흡연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해 일반담배로 다시 돌아가거나 아니면 둘 다 피우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전자담배가 일반담배보다 덜 해롭다는 근거 없어=흔히 전자담배가 일반담배보다 몸에 덜 해롭다고 알려져 있지만 꼭 그렇다고 볼 수 없다. 지난 해 복지부는 “궐련형 전자담배 역시 일반담배와 유사한 특성이 있고 배출물에서 발암물질이 여전히 검출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전자담배에도 일반담배와 마찬가지로 암을 상징하는 경고그림을 넣기로 결정했다.

실제로 지난 1월 미국 식품의약국(FDA) 자문위원회에서는 유해물질을 90% 이상 줄였다는 가열담배 회사의 주장에 대해 가열담배가 신체에 유해할 수 있는 화학물질에 대한 노출 자체를 줄인다고 하더라도 이 같은 노출 감소가 흡연 관련 질병의 발병률 및 사망률의 실질적인 감소로 이어지지는 않는다고 판단한 바 있다. 또 세계보건기구(WHO)는 가열담배가 기존 궐련에 비해 덜 유해하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없으며 간접흡연 측면에서 잠재적 영향에 대한 연구가 부족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대한금연학회도 가열담배가 기존 궐련담배에 비해 더 안전하다고 할 수 있는 근거가 없고 독성물질에 대한 노출이 줄어든다고 해서 인체에 미치는 위험 자체가 줄어든다고 판단할 근거가 없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기헌 분당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전자담배는 냄새가 나지 않아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다는 등의 장점을 내세우지만 흡연자가 니코틴에 의존하게 된다는 점에서는 일반담배와 다를 바 없다”며 “오히려 비흡연자인 청소년 등이 쉽고 편하게 니코틴 중독으로 갈 수 있는 길이 될 수 있어 더 위험하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이렇게 두 종류 이상의 담배를 피우게 되면 흡연량은 더 늘어날 수 있다. 실제 최근에 나와 유행하고 있는 액상형 전자담배의 경우 한 개의 카트리지(팟)로 수 십 번 넘는 흡입이 가능해 흡연자가 스스로 통제하지 않으면 일반담배보다 많은 양의 니코틴을 흡수하게 된다.

조현 교수는 “흡연량이 많아지면 니코틴 중독이 더 심해져 담배를 끊기 더 어려워진다”며 “더구나 궐련형 전자담배는 가열방식이다보니 구강 내 염증이나 목이 아픈 증상이 더 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서 “가장 좋은 방법은 금연이지만 그것이 어렵다면 차라리 한 종류만 피우는 것이 그나마 덜 해롭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iks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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