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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증권사 직원실수 460억 손실…3만7000건 주식거래 어떻게…
2년째 심리…대법, 최종판단 주목

대법원이 ‘한맥투자증권’ 주문사고 책임을 놓고 한국거래소와 예금보험공사 사이에 벌어진 400억 원대 소송을 2년째 심리 중이다. 주식 거래가 투자사 직원의 착오로 이뤄졌더라도 취소할 수 없다는 선례가 남겨질 지 주목된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한국거래소가 한맥투자증권의 파산관재인인 예보를 상대로 낸 구상금 청구소송 상고심 사건을 2년째 심리 중이다. 2심 판결이 그대로 확정되면 예보는 파산재단을 통해 411억 5400여만 원을 거래소에 갚아야 한다.

이 사건은 2013년 12월 한맥투자증권이 직원의 실수로 거래 사고를 내면서 시작됐다. 한맥투자증권은 코스피200 42개 종목에서 증시개장과 동시에 3만7000여건의 거래를 체결했다. 대부분이 시장 가격보다 현저히 낮거나 높은 가격의 주문이었고, 이로 인해 460억여 원의 손해가 발생했다. 사고 직후 한맥투자증권은 한국거래소에 착오를 이유로 결제 보류 요청을 했지만, 거래소는 결제 대금을 주문 상대방에게 지급한 뒤였다. 한맥은 2015년 2월 파산했고, 예보가 파산 관리를 맡았다.

쟁점은 직원의 실수를 거래 취소 사유로 인정할 수 있느냐다. 민법상 거래 과정에서 중요 부분에 대한 착오가 있었다면 당사자는 거래를 취소할 수 있다. 다만 거래가 ‘중대한 과실’로 인한 것이라면 취소가 불가능하다.

예보 측은 한맥투자증권의 주문이 착오에 의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짧은 시간 내에 시장에서 형성된 가격과 현저하게 차이가 나는 가격에 매도·매수 주문을 넣은 것은 누가 봐도 정상적인 게 아니라는 주장이다.

1심과 2심 재판부도 이 거래가 착오에 의한 것이라는 점은 분명히 하고 있다. 1심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한맥투자증권이 제출한 매도 및 매수 주문 중에서 시장거래가격과 주문이 제출된 가격 사이의 차이가 큰 부분은 표시와 의사의 불일치가 현저한 것으로 평가될 뿐만 아니라, 일반인의 입장에 섰더라도 의사표시를 하지 않았을 것이라 여겨진다”고 밝혔다.

하지만 법원은 한맥투자증권 측의 ‘중대한 과실’이 있었기 때문에 이 거래를 취소할 수 없다고 결론지었다. 금융투자업자는 고도의 전문성을 가지고 있고, 주문서를 제출할 때에는 그 내역을 신중하게 검토할 의무가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주식 거래가 컴퓨터 프로그램을 통해서 기계적으로 이뤄졌다고 하더라도, 주문량과 가격을 직원이 입력하는 이상 중과실이 아니라는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도 판단했다.

항소심까지 사실상 패소한 예보는 법무법인 광장을 선임했다. 상고심 단계에 맞춰 대법관을 지낸 신영철 변호사를 ‘맞춤형’ 대리인으로 내세웠다. 함께 변론을 맡고 있는 지영철 변호사도 증권거래, 기업 인수합병(M&A) 분야 전문성을 갖춘 부장판사 출신 전관이다. 한국거래소 대리는 법무법인 태평양이 맡았다. 금융 분쟁 전문가인 조정래 변호사가 주축이다. 서울대 경제학과 출신으로, 금융위원회 법률자문위원을 역임했다.

좌영길 기자/jyg9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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