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연합]

[헤럴드경제=박승원 기자] 술집 주인이 잠시 졸던 사이 손님이 냉장고에서 소주를 꺼냈다면 유죄일까 무죄일까.

1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13단독 박영수 판사는 업무방해와 절도미수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업무방해 혐의만 유죄로 인정해 벌금 40만원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7월 새벽 서울 서초동의 한 음식점에서 주인 B씨가 졸던 틈을 이용해 냉장고에 있던 소주 1병을 꺼내 가려다 발각돼 이를 빼앗겼다.

이후 주인 B씨가 “이미 많이 취해 술을 안판다”고 하자 주인을 쫓아다니며 약 1시간 동안 욕설과 고성으로 영업을 방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업무방해 혐의와 별도로 A씨가 술을 몰래 꺼내 마시려다 발각된 것에는 절도미수혐의를 적용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 가운데 업무방해 혐의만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절도미수 혐의에 대해서는 ”절도의 고의가 있었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되지 않은 데다 추상적 승낙에 의한 행위“라며 무죄로 판단했다.

그러면서 A씨가 이 음식점을 평소에도 자주 방문해 때때로 직접 술을 꺼내 마시기도 했으며, 그렇게 마신 뒤 계산하지 않은 적은 없다고 지적했다.

또 주인 B씨가 “A씨가 취해 있어서 술을 팔지 않으려 한 것이지, 나중에라도 계산은 할 것이라 생각했다”고 진술한 것도 근거로 들었다. 애초에 B씨가 경찰에 신고하려던 것은 업무방해 행위이지, 절도는 아니었을 것으로 보인다는 판단도 덧붙였다.

재판부는 “비록 B씨가 술을 팔지 않겠다고 했더라도, A씨는 먼저 술을 꺼내 마시고 나중에 계산하면 용인할 것이라 생각하고 소주를 꺼내 간 것으로 보인다”며 “B씨 역시 A씨가 술을 꺼내 마시고 계산한다면 용인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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