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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터뷰] 김원봉 조카 “친일파 청산도 못한 후손들, 서훈 논할 자격 있냐”
-”서훈은 상징적 의미일 뿐…‘빨갱이’ 운운하는 후손보면 하늘에서 ‘서훈 안 받겠다’ 하실 것”
-“팩트로 접근해야할 해방전후 행적…‘친일 행적’ 부끄러워 이데올로기 운운하나”


[현재 미국에서 거주하고 있는 김태영 씨. 약산 김원봉의 유일한 혈육이었던 故 김학봉 여사의 차남이다. 김학봉 여사는 지난 2월 24일 90세의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사진=김태영 씨 제공]
 
[헤럴드경제=김유진 기자] “하늘에서 돌아가신 김원봉 장군님이 지금 상황을 보신다면 뭐라고 하겠습니까. 내가 김원봉 장군이라면, 서훈을 안 받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약산 김원봉의 생질 김태영씨가 12일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논란이 된 ‘약산 서훈’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김 씨는 김원봉의 친 동생인 고(故) 김학봉 여사의 차남이다. 지난 2월 24일 90세의 일기로 세상을 떠난 김 여사는 약산과는 34살 터울인 11남매 중 막내이자 유일한 혈육이었다.

김 씨는 이날 ‘김원봉 서훈’ 논란을 둘러싸고 또 다시 ‘빨갱이’ 등 비하 표현이 난무하는 상황에 개탄을 표했다. 그는 “아직도 빨갱이 딱지가 붙는 것을 하늘 위에서 보신다면 ‘지금 남한에 있는 후손들, 당신들이 나에게 서훈을 주고 말고를 결정할 자격이 있나. 아직까지도 분열된 이데올로기가 평화보다 앞에 오는구나’ 하시지 않을까 한다”며 “친일파를 제대로 청산하지 못한 후손들이 친일파에 쫓겨 북으로 간 약산에게 서훈을 운운할 자격이 있냐는 얘기”라고 말했다.

서훈을 둘러싸고 불거진 이번 논란은 앞서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6일 현충원 추념사에서 김원봉을 언급한 뒤 시작됐다. 문 대통령 발언으로 김원봉의 서훈 가능성을 둘러싼 일각의 기대감이 증폭됐지만, 보훈처는 독립유공자 포상심사 기준의 8번 항목을 거론하며 서훈 불가 방침을 재확인했다. 8번 항목은 ‘북한 정권 수립에 기여 및 적극 동조한 것으로 판단되거나 정부 수립 이후 반국가 활동을 한 경우 포상에서 제외한다’고 기술돼 있다. 청와대도 “국가보훈처의 독립유공자 포상심사 조항상 서훈이 불가능하다” 진화했다.

[약산 김원봉(왼쪽)이 1946년 표충사에서 친구와 찍은 사진. 사진=김태영 씨 제공]

김 씨는 국가보훈처 규정에 대한 재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금 국가보훈처 규정은 과거의 것인데, 지금 시대와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면 바꾸고 해방 전까지 독립운동한 사람들을 모두 포함할 수 있어야 한다”며 “정치적 쟁점이 된다고 해서 규정을 바꿀 생각이 없다고만 한다면 용기가 결여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씨는 자유한국당을 강한 톤으로 비판했다. 그는 “독립투쟁 하신 분들마저 이데올로기와 정치 셈법으로 접근하는 건 비극”이라며 ”21세기는 이데올로기가 아닌 나라별 화합을 통한 경제 이슈가 중요한 것 아니냐. 답답한 사람들이다”고 토로했다.

그는 또 “자꾸 빨갱이 프레임을 들고 나와야 이득을 가져간다고 생각하니까, 이념적 분단상태서 독립운동을 한 운동가가 아님에도 그쪽으로 밀고나가는 것으로 생각한다”며 “일부 보수는 해방 이전 업적을 업적대로 인정하는 것조차 용인하지 못하겠다는데, 김원봉 선생은 친일파에 수모를 당하고 남한 정부에서 쫓겨나 북으로 간 사람”이라며 “해방 전의 행적, 해방 후의 행적을 팩트 그대로 밝히자고 하면, 친일을 밝히기 싫어하는 쪽은 한국당일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우리가 서훈을 얘기하다보니 공과를 따지고 있지만, 약산이 서훈을 받는다는 의미는 따로 있다. 또다시 이념으로 분열되는, 그런 나라가 되지 않도록 하는 상징적 의미가 더 크다”고 덧붙였다.

김 씨는 국내에서 11월 시작할 약산김원봉기념사업회를 준비중이라고 했다. 그는 “약산의 의열단 정신, 역사에 대한 팩트를 알리는 사업이다. 의열단이 무엇 때문에 싸웠고 정신은 무엇인지를 알릴 계획”이라며 “이제 젊은이들이 배우지 않은 역사에 눈뜨는 것을 보면, 독재자 입맛대로 재단한 역사를 극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미래가 밝게 느껴진다. 독재정부를 거치면서 약산 김원봉 선생에 대해 금기시하고 역사를 제대로 가르치지 않아서 대중이 몰랐을 뿐, 김원봉은 치열하고 끈질기게 오랫동안 싸운 사람”이라고 덧붙였다.

kace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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