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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정치인 100명이 손혜원을 절대 못이기는 이유
‘목포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손혜원 의원 얘길 하자. 한국 정치사에 이토록 독특한 캐릭터를 지닌 이를 본 적이 없다. 직선 일변도다. 거칠고 투박하다. 때론 ‘사이다’ 기질도 보여주는데, 이재명은 저리가라할 정도다. 화가 나면 맹수 기질을 발휘하며, 온몸은 고슴도치처럼 가시로 무장했다. 그냥 싸움닭 수준이 아니다. 건들면 적군, 아군이 따로 없다. 난사만 있을 뿐이다. 이런 정치인을 목도한 일이 없다. 여성 정치인 중에선 더더욱 그렇다. 상대진영 주공격수로 활약했던 전여옥 전 의원이나 박영선 의원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지난해 문체위 국감 증인으로 나온 선동열 야구대표팀 감독을 향한 손혜원발(發) 조롱과 신재민 전 기재부 사무관 폭로와 관련한 저주는 일반인이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험악했다.

목포 투기 의혹 공방과 관련해선 더 표독스럽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에겐 “공부를 더하라”고 핀잔을 줬고,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에겐 ‘배신의 아이콘’이라고 몰아부쳤다. 같은 당 금태섭 의원에겐 “정중하게 사과하라”고 다그쳤다. 비리 의혹이 터지면 웬만하면 사과하고 몸을 움츠리는 일반 정치인과는 분명히 달랐다. 피아가 따로 없는 그의 독설 앞에서 내로라하는 정치인들도 입을 다무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람들은 ‘손혜원 버티기’ 힘의 본질이 문재인정부 실세에 있다고 본다. 여당 이름을 직접 지었고, 문재인정부 탄생의 일등공신이자 대통령 영부인의 오랜 친구라는 점이 손혜원 파워의 본질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기존 정치권 시각으로 보면 일개 초선의원인 손혜원의 강력한 반발에 천하의 나경원, 박지원도 움찔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럴수도 있겠다. 하지만 기자가 생각하는 ‘악바리 손혜원 파워’ 본질 중 하나는 다르다. 손혜원은 문화재를 지키려는 순수성을 강조하면서 전재산과 목숨까지 걸 자신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다음 국회의원 생각은 없다고 했다(물론 이는 정치적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다고 본다). 향후 총선, 그 후의 대선을 염두에 두고 있는 다른 정치인들과 확연히 다른 점이다. 나중에 의원할 생각이 없고, 현재 진정성을 확인받기 위해 모든 것을 걸겠다는데 맞짱뜰 이가 과연 몇이나 될까. 오래전 전직 대법원장에게 들은 말이 기억난다. 대통령도, 법무부장관도 안무서운데 향판(지역법관)은 정말 무섭다는 것이다. “지역과 밀착하면서 자기생각대로 꽝꽝꽝 두드리니, 내 말 안들어요. 서울 오고 출세하고 싶은 판사는 말이 통하는데, 그들에겐 대법원장이 뭐라해도 씨알도 안먹히죠. 그러니 무섭죠.” 회유가 안통하는 이가 최고로 두려운 존재라는 뜻이다.

다음달로 예정된 자유한국당 전당대회 당 대표 출마자가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거물급 출마자들 대개 보수정권 실정의 책임자이고, 크고 작은 전투에서 진 패잔병이다. 판세가 불리할땐 빠져 있다가 권력 냄새가 진동하니 속속 몸을 끼워넣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최소한 나중 일은 생각지 않고, 목숨을 걸겠다는 손혜원과는 유전자가 다르다. 작금의 내로라하는 정치인이나 산전수전 다 겪은 박지원이 손혜원과 말싸움에서 절대 이길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손혜원 의혹의 유죄 여부와 상관없이 이건 분명하다. 

김영상 정치섹션 에디터 ys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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