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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文대통령 기업인과 대화] 재계 “첫만남 의미”…학계 “말보다 실천…규제개혁부 만들라”
박용만 회장 “기업인 목소리 잘 전달됐을 것”
전문가 “신생 산업별 규제프리특별법 필요”
기업현장 “일회성 이벤트 아닌 고충해소 기대”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기업인과의 대화를 마친 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 회장, 구광모 LG 회장을 비롯한 기업인들과 청와대 경내를 산책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화의 물꼬를 튼 건 분명 기대할 만한 일이다. 오간 논의가 구체적인 실행으로 이어지는 게 중요하다.”

지난 15일 진행된 문재인 대통령과 경제인과의 대화가 마무리된 뒤의 재계의 전반적인 평가다.

기업인들은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상의까지 벗고 진지한 토론이 이어진 점을 높게 평가한 뒤, 고충만 듣는 것이 아니라 문제점이 개선으로 이어지길 바란다는 기대감을 내비쳤다.

전문가들도 “소리쳐도 돌아오지 않는 메아리가 돼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말 뿐이 아닌 실행이 담보돼야 한다며 부총리급 규제개혁부를 만들어 규제완화가 곧 공무원들의 평가척도가 되는 강한 추진력을 보여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이번 ‘경제인과의 대화’ 사회를 맡았던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민감한 이슈를 포함해 기업인들의 목소리가 잘 전달됐으리라 생각한다”며 “대통령과 경제인과의 첫 만남으로 큰 의미가 있고, 앞으로 이런 자리가 자주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소회를 밝혔다. 

전문가들은 규제개혁을 위한 실천 매커니즘을 구체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경묵 서울대 교수(경영학)는 “말이 중요한 게 아니라 실행을 해야 한다”며 “규제혁파를 위해서는 부총리급 규제개혁부를 신설해 규제완화로 성과로 내야 하는 부서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 교수는 “온갖 법에 다 걸려있는 규제들을 일일이 푸는 것은 시간이 많이 걸린다”며 “신생 산업별로 규제프리 특별법을 만들어 일반법의 상위법으로 규제완화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아울러 “규제개혁은 이해 당사자들과 시민단체 반발은 물론, 차기 정권 창출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어느 정부, 어떤 대통령이 나와도 힘들다”면서 “궁극적으로는 야당에 지분 30% 가량을 주고 대연정을 구성하는 등 여야가 힘을 합치지 않으면 제대로 혁신을 할 수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일자리 창출에 대한 정부의 인식 변화를 주문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조준모 성균관대 교수(경제학)는 “소리쳐도 돌아오지 않는 메아리가 돼선 안된다”며 “기업투자, 일자리창출의 애로요인을 해소하는 실천 매카니즘과 거버넌스를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새로운 규제개혁도 좋지만 지금도 현재 진행형으로 엄습해 오는 고용ㆍ노동 규제만이라도 일자리 창출에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해소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강성진 고려대 교수(경제학)는 “기본적으로 기업을 불러모으는 것 자체가 아이러니”라고 쓴소리를 했다. 강 교수는 “발전된 국가에서 정부가 기업을 불러 이래라저래라 하는 것도 아이러니고, 기업이 규제를 풀어달라 이야기하는 것도 아이러니”라고 말했다.

이어 “관료들은 규제를 푸는 것이 일자리 창출로 이어진다는 ‘낙수효과’를 부정하고 있지만, 일자리 창출과 규제 혁신이라는 선순환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인 논의 없이 보여주기식 이벤트에 그쳤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김태기 단국대 교수(경제학)는 “형식은 뉴스였지만, 메시지에는 뉴스거리가 없었던 만남이었다”고 평가절하했다. 김 교수는 “현안에 대한 토론은 이뤄지지 않고 표면적인 성토와 선언만 있었던 것 같아 아쉽다”며 “대통령이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최저임금 결정구조 개선 등 현안에 대해 불확실성을 거둬내는 결단을 내리는 모습을 보여줬다면 좋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업 현장의 평가는 대체로 소통의 장이 마련된 점을 주목하며 긍정적 반응을 내놓았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상의까지 벗고 진지한 자세로 토론회가 열린 듯 해 만족스럽다”며 “100명 넘는 인원이 한번 만났다고 소통이 끝난 것이 아니라 정부와 기업인 간의 끊어졌던 상시 소통의 계기가 되길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기업 현장에서는 가뜩이나 경제상황이 어려워 고군분투 중인데, 정부 규제나 각종 조사 같은 압박까지 더해져 어려움이 가중되는 상황”이라며 “사실 해외에 나가보면 정부 당국자와 기업이 상시 소통하다보니 이런 대규모 이벤트 자체가 없다. 이번 간담회가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기업 현장 문제를 개선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기업인과 정부의 만남을 부적절하게 보는 시각에 대해 우려하기도 했다.

한 재계 고위 관계자는 “이번 간담회가 나중에 어떤 식으로 곡해될지 걱정스럽다”며 “국정농단 사태 이후 솔직히 이런 생각하는 기업이 많을 것”이라고 전했다. 또 이번 자리에 참석하지 못한 업계 관계자는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유통업계 고위 관계자는 “이번 간담회에 참석하지 못한 기업들은 나름대로 섭섭해하고 있을 것”이라며 “꼭 언론에 보도되지 않아도 좋으니 이런 자리가 많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천예선ㆍ이세진 기자/che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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