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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무 지운 나무작가 ‘이명호’ 개인전
이명호, Nothing But 3, 2018. [제공=갤러리현대]
이명호, Nothing But 2, 2018.[제공=갤러리현대]

갤러리현대, ‘Nothing, but’전
재연ㆍ재현 넘어선 신작 선보여

[헤럴드경제=이한빛 기자] 이번엔 나무가 사라졌다. 하얀 캔버스만 자연 속에 서 있다. 사진작가 이명호의 신작 ‘낫씽 벗(Nothing but)’시리즈다.

‘나무작가’로 유명한 이명호의 개인전이 서울 종로구 삼청로 갤러리현대에서 열린다. 동 갤러리에서 5년만의 개인전으로, 대표 연작인 ‘트리(Tree)’, ‘미라쥐(Mirage)’를 비롯 신작인 ‘낫씽 벗(Nothing but)’, ‘나인 미닛츠 레이어즈(9 Minutes’ Layers)’, ‘스톤(Stone)......’등 20여점이 나왔다. 

이명호, Tree... 9, 2017.[제공=갤러리현대]

이명호는 ‘나무 작가’로 유명세를 얻었다. 나무 뒤에 캔버스를 세워 나무 한 그루를 온전히 담아내며 그 존재를 드러냈다. 예술의 본질인 대상의 재현이다. 캔버스를 설치하는 아주 소박한 개입으로 이미 존재하는 것을 새롭게 드러내는 작가의 행동은 무척이나 영리하게 읽힌다. ‘예술이 무엇인가’하는 본질적 질문과 직접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재현에 뿌리를 둔 ‘Tree’연작은 사막에 캔버스를 설치해 보일 듯 말듯 마치 신기루와 같은 비현실을 만들어내는 ‘Mirage’연작으로 이어진다. 비현실을 재연한 것이다.

‘Nothing but’ 연작은 재현과 재연을 넘어선다. 텅 빈 캔버스는 그 부분만큼 대상을 가리는 것이기도 하고, 가려진 존재의 흔적과 실체의 본질에 접근이도 하다.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이전 작업과 달리 대상을 지워 보는이에게 자신의 상상과 해석이 가능하게 했다. ‘애니 씽(anything)’, 즉 모든 것으로의 나무다”고 설명했다. 무척이나 이명호스러운 방식이다.

질문은 점점 본질을 향한다. ‘나인 미닛츠 레이어즈(9 Minutes’ Layers)’는 텅빈 하얀 캔버스다. 그러나 자세히보면 미세한 톤의 차이로 하얀 사진이 프린트 됐음을 알 수 있다. 1분 단위로 촬영된 10점의 기록 사진을 포토샵에서 겹치자 아무것도 남지않은 하얀 잉크로 이루어진 결과물로 나왔다. “사진은 빛을 채집하는 행위다. 그러나 이 빛을 계속해서 채집하면 결국 아무것도 남지 않고 다 사라지게 된다”는 작가는 “9분이란 시간을 압축한 것이자, 빛의 본질”이라고 말했다.

전시장 한켠엔 협업 프로젝트도 걸렸다. 프랑스 생떼미리옹에 위치한 샤토 라호크(Chateau Laroque) 와이너리의 홍보대사로 선정되며 진행한 작업이다. 하얀 캔버스 천을 와인으로 염색한 작품이다. 2016년 샤토 라호크 와인의 라벨로 쓰였다. 

사진작가 이명호 [사진=이한빛 기자/vicky@]

중앙대학교와 동 대학원에서 사진을 전공한 이명호 작가는 2006년 사진비평상, 2009년 성곡미술관 내일의 작가상을 수상하며 탄탄한 입지를 쌓았다. 2009년과 2017년엔 요시밀로 갤러리에서, 2010년엔 성곡미술관, 2017년엔 사비나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그의 작품은 프랑스국립도서관(BnFㆍBibliothèque nationale de France), 장폴게티미술관, 암스테르담사진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등 국내외 유수기관에 소장됐다.

이명호 작가는 2018평창동계올림픽 기념 ‘플레이어 프로젝트’, 한국교직원 공제회 시각장애인 미술감상 공익 프로젝트 ‘감각을 깨우다’ 등 예술의 활용과 참여에도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전시는 1월 6일까지.

/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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