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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승태 ‘피의자’ 기재…전직 대법원장 기소 불가피
양승태 대법원장과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그래픽=연합뉴스]

-임종헌 전 차장 공소장에 ‘대법원장 혐의’ 빼곡히 적혀
-강제징용 사건 등 ‘재판거래’ 통로 자처…보고도 받아

[헤럴드경제=좌영길 기자] 검찰이 임종헌(59·사법연수원 16기) 전 법원행정처장을 기소하면서 공소장에 양승태(70·2기) 전 대법원장의 공모관계를 구체적으로 기재했다. 전직 대법원장으로는 처음으로 법정에 서게 될 것으로 보인다.

16일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작성한 공소장을 보면 양 전 대법원장은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손해배상 소송에 관해 외교부로부터 구체적인 의사를 전달받은 것으로 적혔다. 임 전 차장은 2016년 9월 외교부 조태열 차관이 배석한 자리에서 ‘4년 전 판결을 바로 뒤집기는 어려움이 있다’면서 ‘외교부가 의견서를 늦어도 11월 초까지 보내주면 가급적 이를 기초로 최대한 절차를 진행하고자 한다’고 전했다. 이 회의 내용은 그대로 양 전 대법원장에 전달된 것으로 조사됐다. 임 전 차장이 양 전 대법원장과 청와대 사이의 ‘메신저’ 역할을 했다는 게 검찰이 파악한 사실이다.

강제징용 피해자 소송은 박근혜 정부가 외교부를 내세워 최대한 선고를 지연하려 했던 사안이다. 대법원장은 사법행정권의 최고책임자인 동시에 대법원 전원합의체 재판장을 맡는다. 검찰은 당시 청와대가 임 전 차장을 통해 ‘청와대, 외교부 등 정부의 의견을 적극 반영해 심리하겠다’는 양 전 대법원장의 의사를 전달받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검찰은 ‘임 전 차장과 대법원장, 법원행정처장을 비롯한 사법부 수뇌부는 상고법원 도입에 관한 청와대 협조와 지원이 절실한 상황에서, 각급 법원과 대법원에서의 재판과정에 적극적으로 개입했다’고 기재했다.

검찰은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 사건에도 양 전 대법원장이 부당하게 개입한 것으로 혐의를 구성했다. 박근혜 정부 초기 기소된 원 전 원장 사건에서 선거법 위반 혐의가 인정되면 정권 정통성에 흠이 가는 상황이었다. 1심 재판부는 국가정보원법 위반만을 인정했지만, 2015년 항소심 재판부는 선거법 위반도 유죄로 판단해 원 전 원장을 법정구속했다. 법원행정처는 ‘국정원 선거개입 사건 항소심 선고보고’라는 문건을 작성했다. 이 문건은 법원행정처 사법지원실장이 직접 양 전 대법원장을 대면해 보고하고 전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후 문건은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과 선임재판연구관에게도 건네졌다. 양 전 대법원장이 행정조직인 법원행정처와 재판 조직인 대법원 연구부를 잇는 통로 역할을 자처한 셈이다. 실제 원 전 원장에게 선거법 위반 혐의를 인정한 항소심 판결은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다시 심리하라’고 결론났다. 이 사건은 선고를 미룬 끝에 정권이 교체된 뒤에서야 두 번째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항소심 결론이 맞는 것으로 확정됐다.

검찰은 박병대(61·12기) 전 대법관을 19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기로 했다. 2014~ 2016년 법원행정처장을 지낸 박 전 대법관은 실행행위를 한 임 전 차장과 사법행정권 총 책임자인 양 전 대법원장 사이를 연결할 ‘키맨’으로 꼽힌다. 박 전 대법관의 후임으로 법원행정처장을 지낸 고영한(63·11기) 전 대법관도 임 전 차장과 공모관계로 지목된 만큼 검찰 조사가 불가피하다. 두 전직 대법관이 조사를 받은 뒤에는 양 전 대법원장이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포토라인에 서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법원은 임 전 차장 사건을 서울중앙지법 형사36부(부장 윤종섭)에 배당했다. 임 전 차장은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와 공무상 기밀누설 등 30여개 혐의를 받는다. 공소장 분량만 242쪽에 달한다. 혐의가 방대한 만큼 임 전 차장과 같은 시기 법원행정처에 근무했던 전·현직 판사들이 법정에서 증언하는 장면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jyg9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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