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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 다자녀 아파트 특별공급 ‘그림의 떡’
대부분 소형…대상자들 외면
5인가구 적정기준 90㎡ 못미쳐
목적 맞도록 정책개선 바람직


점점 더 당첨이 어려워지는 서울의 청약시장에서 ‘넣기만 하면 당첨’이 될 수 있는 기회가 있다. 바로 다자녀 특별공급(특공)이다. 그런데 정작 다자녀 가정은 입을 모아 이야기한다. 특공 신청을 못하는 게 아니라 안 넣는 것이라고.

이유는 간단하다. 집이 너무 작기 때문이다. 9일 아파트투유에 공개된 연초 이후 서울에서 분양한 아파트의 특공 가운데 다자녀 가구 몫은 386가구다. 이 중 80㎡(이하 전용면적 기준)가 안되는, 즉 예전 기준으로 20평대인 집은 142가구다. 현실적으로 가구원이 5인 이상인 다자녀 가정이 들어가 살기란 너무 비좁다. 서울시가 밝힌 5인 가구의 적정 주거기준은 90㎡다.

자연히 다자녀 특공은 미달이 속출한다. 80㎡이하 평균 청약경쟁률은 1.44대 1에 불과하다. 해당지역 경쟁률만 놓고보면 0.81대 1이다. 리얼투데이에 따르면 올해 들어 10월까지 서울의 평균 청약경쟁률은 28.37대 1이다. 누군가는 못 구해서 난리인 집이 다른 한편에선 있으나 마나한 처지인 것이다.

지난 7월 청약접수를 진행한 강동구 ‘고덕자이’는 다자녀 특공으로 48㎡와 전용 52㎡에 총 4가구를 할당했지만 2건만 접수됐다. 이에 비해 총 40가구가 배정된 84㎡엔 168명이 지원해 4.20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e편한세상 문래’는 59㎡에 총 21가구를 다자녀 특공으로 배정해지만 16명만 지원해 미달됐다. 단 한 가구만 배정된 84㎡엔 9명이나 몰렸다. ‘서초동DK밸리뷰시티’는 16~26㎡에 모두 8가구를 다자녀 특공으로 배정했다. 서울시 기준 5인 가구 최저주거면적(전용 41㎡)의 절반도 안되는 집에 살겠다고 나선 다자녀 가구는 당연히 아무도 없었다.

미달된 다자녀 특공 몫은 신혼부부나 기관추천 등 다른 특공으로 넘어간다. 특히 서울의 80㎡이하 신혼부부 특공은 평균 경쟁률이 23.88대 1에 달할 정도로 높아 신혼부부 입장에선 반갑다.

하지만 특공 물량을 처음부터 부문별 선호나 특성에 따라 유연하게 배정한다면 특공 대상자들의 선택권을 넓히는 동시에 미달에 따른 추가당첨 등 번거로운 과정을 거칠 필요가 없다.

실제 신혼부부 특공의 중대형 면적 경쟁률은 13.29대 1로 소형 면적 경쟁률에 비해 절반 수준이다. 신혼부부는 굳이 넓은 면적이 필요하지 않은데다 집이 클수록 분양가도 높기 때문이다. 중대형 면적 특공은 다자녀 위주로, 소형 면적은 신혼부부 위주로 배정하는게 합리적이란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사회적 배려가 필요한 계층에 집을 공급한다는 정책적 목적에도 부합한다.

그렇지만 건설사, 지자체, 국토부 모두 나몰라라하고 있다. 다자녀 특공은 공급물량의 10%에서 최대 15%까지 공급할 수 있도록 돼 있다. 면적에 대한 조항은 없다. 시공사는 큰 고민 없이 비율만 맞춰 계획안을 올리면 승인권자인 지자체는 역시나 별다른 검토 없이 도장을 찍어주는 식이다. 국토부는 “시공사와 지자체의 일”이라며 선을 그었다.셋째 출산을 앞둔 이모 씨는 “정부가 많은 출산지원책을 내놓지만 아파트 특공처럼 현실적으로 도움이 되는 혜택은 없다”며 세심한 정책을 당부했다.

김우영 기자/kw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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