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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년 유럽의회 선거…‘메르켈 없는’ 중도우파 위기감
메르켈 총리는 지난달 저조한 지방선거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지고 18년간 유지해온 CDU 대표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이로써 EPP는 가장 영향력 있는 지도자를 잃게 됐다. [EPA연합뉴스]
獨 기민,유럽국민당 리더십 약화
경제난·부패 여파…극우 부상 전망


내년 5월 예정된 유럽의회 선거를 앞두고 최대 정파인 중도우파 성향의 유럽국민당(EPP)이 위기에 놓였다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이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내년 5월26일 열리는 유럽의회 선거에서는 705석 이상이 채워질 예정이다. 지난 2004년부터 이어진 관례를 적용,가장 많은 의석을 확보한 정당이 EU의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EC)를 이끄는 집행위원장 자리를 차지한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기독민주당(CDU) 등을 포함한 EPP는 지난 2004년부터 유럽의회를 장악해왔다. EU 지도자들이 역내 주요 정책·결정을 내놓은 집행위에서도 고위직을 도맡았다. 현재 집행위를 이끄는 장클로드 융커 위원장도 EPP 출신이다.

메르켈 총리를 비롯한 EPP 지도자들은 이날 다음 선거를 이끌 새 대표로 독일 출신인 만프레드 베버 의원을 선출했지만, 그가 집행위 수장에 오르기까지 난관이 예상된다고 WSJ는 전했다.

EU 내 여론조사에 따르면 일단 EPP는 위축된 입지에도 내년 유럽의회에서 제1당 자리는 지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제2당이었던 중도좌파 사회민주당(SPD)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정당과 연합을 모색하는 시장지향적 자유주의 진영에 뒤질 것으로 조사됐다.

브뤼셀 기반의 싱크탱크인 보트와치 유럽의 책임자인 보루 프란테스쿠는 “중도우파인 EPP가 EU 기관에 대한 통제력이 약화하는 상황에서 적어도 하나 이상의 연합 형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내 정치의 위기는 EU 차원에서 중도우파의 움직임을 약화시켰다. 메르켈 총리는 지난달 저조한 독일 지방선거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지고 18년간 유지해온 CDU 대표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이로써 EPP는 가장 영향력 있는 지도자를 잃게 됐다.

남부 유럽에서는 경제적 어려움, 호응을 얻지 못한 긴축 계획, 부패 스캔들 등이 중도우파에 직격탄이 됐다. 이탈리아에서 중도우파 정당인 포르자 이탈리아와 그 대표인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극우정당의 부상에 좀처럼 세를 넓히지 못하고 있다.

스페인에서는 중도좌파 사회당 정부가 들어섰다. 스웨덴, 폴란드, 포르투갈, 헝가리 등에서는 중도우파 세력이 크게 약화하거나 유럽의 전통적인 중도보수정책을 거부하는 지도자 하에 당이 운영되고 있다.

현 상황에서 유럽 중도우파의 ‘와일드 카드’는 EU 내 어떤 정치그룹의 지지도 받지 않은 마크롱 대통령이 될 수 있다고 WSJ는 전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최근 전 세계를 휩쓴 민족주의와 포퓰리즘을 비판하며 ‘극우세력 때리기’의 선봉에 나선 바 있다.

유럽의 여론조사기관인 폴앤폴스는 극단적인 정치 스펙트럼 속에서 극우 또는 극좌 반체제 정당이 새 유럽의회 의석의 3분을 1을 차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부 분석가들은 이런 상황이 모든 중도정당의 정치를 복잡하게 만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양영경 기자/y2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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