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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법원 “한화, 담합 숨기고 지분매각… 현대오일뱅크에 배상책임”

-김승연 회장·한화케미칼에 손해배상 책임 인정
-“인수 전 사유로 우발채무 발생했다면 실손해 배상해야“


[헤럴드경제=좌영길 기자] 한화에너지(현 인천정유) 지분을 현대오일뱅크에 매각하는 과정에서 담합 사실을 숨겼던 한화그룹 측이 수백억 원대 배상금을 물게 될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12일 현대오일뱅크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과 한화케미칼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재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한화가 인천정유 상태에 관해 사실과 달리 진술, 보증을 하고 매수인인 현대오일뱅크가 손해를 입은 것은 계약상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것이므로, 일종의 채무불이행 책임이 성립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기업지배권이 이전되는 시점 이전의 사유로 인천정유의 우발채무가 발생하거나, 부실자산이 추가로 발견되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현대오일뱅크는 1999년 4월 한화에너지의 주주인 김 회장 등으로부터 한화에너지(현 인천정유) 발행주식 940여만주와 프라자 주주들이 소유하고 있던 한화프라자 발행주식 400만 주를 사들이는 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한화 측은 현대오일뱅크 측에 ‘한화에너지가 일체의 행정법규를 위반한 사실이 없고, 이와 관련해 행정기관으로부터 조사를 받고 있거나 협의를 진행하는 것은 없다’는 내용의 진술과 보증을 했다. 한화는 계약서를 통해 이러한 보증내용을 위반하는 사항이 있을 경우 500억원 범위 내에서 약속위반에 따른 손해배상을 하기로 약속했다.

하지만 한화에너지는 다른 정유사들과 함께 1998년부터 2000년까지 실시된 군용 유류 구매입찰에 참가하면서 사전에 담합을 한 사실이 적발됐다. 한화 등은 당시 유종별 낙찰 예정업체와 가격을 미리 정하고 다른 업체들이 써낼 ‘들러리 가격’ 등에 대해 구체적인 합의를 했고, 실제 이 내용대로 낙찰을 받았다. 한화에너지는 가격담합으로 인해 2000년 475억여원의 과징금을 납부하는 한편 국가로부터 손해배상 소송을 당하기도 햇다.

현대오일뱅크는 “한화 측이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사실을 숨겼다”며 계약서상 예정된 손해를 배상하라는 소송을 냈다. 담합행위로 인해 소송을 치르게 돼 332억여원을 지출했으니 이를 배상하라는 취지였다.

1심은 현대오일뱅크가 그동안 지출한 변호사 비용과 벌금 2억원 등 총 8억2730만원을 한화 측이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현대오일뱅크가 유류 담합 사실을 한화에너지 지분 매수 전에 이미 알고 있었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당시 현대오일뱅크도 담합에 참여했던 당사자였던 만큼, 나중에 이를 문제삼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는 판단이었다.

그러나 대법원에서 결론은 다시 한 번 뒤집혔다. 현대오일뱅크와 한화가 체결한 계약서상 손해배상 조항은 계약위반 사실을 알았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손해를 물어주겠다는 합의를 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고법은 김 회장과 한화케미칼에 10억 원대 배상책임을 인정했지만, 현대오일뱅크는 ‘손해액을 너무 적게 산정했다’며 대법원에 재상고했다.

jyg9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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