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화성 파운드리 제조라인 전경.

“5나노 제품 내년 시험 양산”
TSMC 미세공정 개발 속도
GF는 초미세공정 투자 포기
삼성전자, 파운드리 2위 가능성

글로벌 파운드리(Foundry, 반도체 수탁생산) 점유율 1위인 대만업체 TSMC가 미세 공정 개발에 속도를 내면서 파운드리 시장 내 TSMC와 삼성전자 간의 ‘기술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최근 시장 점유율 2위 기업인 글로벌 파운드리(GF)가 기술 한계에 부딪히며 7나노 이하 공정에 대한 투자를 포기한 가운데, 차세대 파운드리 시장을 둘러싼 TSMC와 삼성간 업계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란 전망이다.

12일 반도체업계 등에 따르면 TSMC는 최근 5나노 기술을 적용한 제품을 내년부터 시험양산 하겠다고 밝혔다.

상업양산 계획 시기는 2020년 하반기다. TSMC는 5나노 공정에 차세대 반도체 생산장비로 주목받는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적용할 계획이며, 2세대 7나노 공정에도 EUV 장비를 도입하겠다는 계획도 덧붙였다.

업계는 TSMC가 당초 야심차게 선언했던 ‘2019년 5나노 양산’이라는 목표보다는 시기가 늦춰졌지만, EUV 도입을 통해 TSMC가 시장 내 독보적인 기술 우위 확보에 나서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삼성전자 역시 7나노에서 세계 최초로 극자외선 노광기술도입을 발표하고 EUV에 역량을 쏟아부으며 기술 확보에 나서고 있다.

최근 한 자리 수 나노 단위까지 미세화가 진행됨에 따라 보다 세밀한 회로를 구현하기 위해 기존 ArF(불화아르곤) 광원보다 파장이 짧은 EUV 장비의 도입이 필수 요소로 자리 잡은 상황이다. 한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앞서 TSMC는 자신들이 가진 기술(이머전 ArF)로 7나노를 구현한 반면 삼성전자는 EUV 노광 공정을 통해 10나노 이하 공정 기술 경쟁에서 빠르게 치고 나갈 수 있는 역량을 확보했다”면서 “TSMC가 EUV 공정 도입을 본격화하면서 차세대 파운드리 기술 경쟁은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형국으로 변했다”고 설명했다.

GF의 7나노 공정 투자 포기로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2위 자리를 노리는 삼성전자는 TSMC와 미세 공정 기술을 놓고 본격적인 진검 승부를 벌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6.7%로 4위다. 1위 TSMC의 점유율에 한참 못미치는 수준이다. 


하지만, 현재 7나노 공정에 진입한 곳은 TSMC와 삼성전자뿐이다. 차세대 파운드리 시장이 두 업체의 2파전으로 재편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2월 화성 EUV 노광 라인에서 7나노 LPP(Low Power Plus) EUV 공정을 올 하반기 시험생산하고 내년 상반기 본격 생산을 시작한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지난 2월 삼성전자는 퀄컴에 EUV 7나노 공정을 적용한 5G 칩 생산을 협력 추진키로 하면서 7나노 공정 진입을 공식화했다.

삼성전자는 7나노 이하 미세공정에 특화된 EUV 장비를 토대로 향후 3나노 공정까지 빠르게 돌파하며 메모리 시장에 이어 파운드리 시장에서도 ‘초격차 전략’을 구사한다는 전략이다. 실제 지난 5월 삼성전자는 미국에서 열린 ‘삼성 파운드리포럼 2018’에서 업계 최고 수준의 3나노 파운드리 공정 로드맵을 선보인 바 있다.

당시 배영창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 전략마케팅팀장(부사장)은 “지난 한해 EUV 공정을 적용한 포트폴리오를 강화하는 데 주력해왔다”면서 “향후 차세대 기술을 공정에 적용함으로써 단순히 기술 리더십을 선도할 뿐 아니라 좀 더 스마트하며 기기 간 연결성을 강화한 새로운 시대를 열어갈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현재 7나노 공정 시대가 열리는 상황에서 차차기 기술을 놓고 업계의 속도경쟁이 붙은 양상”이라면서 “TSMC가 5나노 생산을 공식화한 것은 삼성의 미세공정 기술 도입 속도를 염두한 견제의 의미로 풀이된다”고 설명했다.

손미정 기자/balm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