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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션’이정은의 연기는 왜 이렇게 자연스럽고 와닿을까?
엔터테인먼트|2018-10-10 13:02

-"배역 닮은 내 인생, 연기의 밑거름"

[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기자]배우 이정은(48)의 배역과 분량이 갈수록 늘어난다. ‘미스터 션샤인’에서 고씨 가문의 가노인 함안댁, ‘아는 와이프’에서 초기 치매 증상을 지닌, 지성의 장모이자 한지민의 엄마, ‘쌈, 마이웨이’에서는 송하윤의 엄마 역할의 연기로 여운을 남겼다.

특히 ‘미스터 션샤인’에서 애신(김태리)의 의병 활동을 위해 의로운 죽음을 맞이하는 함안댁의 마지막 장면을 보면서 가슴이 먹먹해졌다.

이정은은 서울에서 태어났다. 서울 출신이 경상도말을 그대로 한다는 건 어려운 일이다.하지만 그는 마산 사람에게 사투리를 배워 ‘함안댁’을 리얼하게 표현해냈다. 그의 연기는 과장도 없고 부족함도 없다. “요즘 왜 이렇게 잘 나가죠”라고 묻자 “에이, 발만 담군 작품도 있어요”라고 한다. 

이정은의 연기가 호평 받는 데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단순히 연기 잘한다는 말로는 부족하다. 인터뷰 하는 1시간동안에 기자가 느낀 것은 인간적이다는 점이다.

“드라마에서 주로 엄마나 장모, 아줌마 등을 맡고 있는데 배역 인생과 제 실제 인생이 서로 비슷하다. 실제 여가 시간에 만나는 층위가 평범한 직장인들이다. 마트에서 장보고, 춤 동호회에서 사람 만나고, 결혼은 안했지만 한강에 강아지를 데리고 나가 아줌마들과 수다를 떤다. 아이를 데리고 혼자 사는 친구와도 자주 만나 아이 교육에 대해 얘기한다. 그런 게 연기를 위해서는 아니지만, 좋은 재료가 된다. 쉴 때는 배우가 아닌 인간 이정은의 일상을 보낸다.”


이정은의 이 정도 말만으로도 어떤 배우인지 짐작이 된다. 거기에 “탁월한 보이스는 아니지만 누구나 말하는 음성을 지니고 있다. 일반인과 가깝다”는 본인의 이야기도 자연스러운 연기에 한몫하는 것 같다.

이정은은 백팩을 메고 지하철을 타는 주윤발 같은 배우가 되고 싶다고 했다. “최근에는 밖에 나가면 많은 사람들이 알아봐준다. 인기가 있는 것 같다. 제가 이런 인터뷰를 언제 해보겠냐”

이정은이라고 인기와 스타임을 의식하는 마음이 없을 리 없다. 하지만 배우를 하면서 그런 마음을 잡았다고 한다.

“서빙고 보살을 연기한 2015년 ‘오 나의 귀신님’이 끝나고, 그 작품에 오래 머물러 있었다. 기고만장도 있었다. 시간은 급변하고 있는데. 올라가던 어깨를 내려놨다. 에너지를 소진시키지 않고 재빨리 다음 작품에 몰입했다. ‘미스터 션샤인’은 무려 1년동안 찍었다. 촬영을 이기는 방법은 그안에서 즐기는 것이다. 나는 차안에 텐트를 실고 다닌다. 쉬는 시간에는 텐트를 치고 논다. 커피도 끓여먹고. 자리를 깔아놓으면 애기씨(김태리)가 드러눕는다. 거침이 없다.”

마지막 장면의 함안댁 죽음은 가장 중요한 촬영이었다. “죽는 연기는 어렵다. 잘 승화된 것 같다”고 했다.

“이한열 열사의 가족들이 밖으로 나오게 된 건 사랑에서 출발했다. 함안댁도 ‘의병 활동을 할 것이다’ 정도로만 알았다. 나는 처음부터 의병을 한 건 아니고, 나의 사랑인 고애신(김태리)으로부터 시작된다. 애신의 삶과 나의 미래가 연결됐다. 함안 지역에 살았던 종(비복)의 성장 이야기다.”


이정은은 가마꾼 신과 바람개비 신을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의병 고애신을 태운 것처럼 꾸며 일본군을 유도하는 가마꾼 행렬은 죽음을 알고 하는 행동이기에 의롭다.

“감동을 주기 위한 장치다. 사실 뻔한 이야기가 감동을 준다. 하지만 여기에 유머를 곁들였다. 가마꾼들끼리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을 해보라고 하자 ‘이리 오너라’라는 말을 한다. 살아서는 해볼 수 없는 말이니까. 유머를 하며 총을 맞는다.”

이 장면은 여러번 찍었다고 한다. 무려 사흘간 찍었다. “매미가 울어서, 심야에도 찍고, 초저녁에도 찍었다. 공감대를 만들어내는 게 중요한 신이다. 나도 겁이 많은데, 웃으면서 죽을 수 있을까를 생각했다. 나의 손을 잡지 못하고 죽은 신정근 선배가 애틋했다.”

이정은이 가장 많이 붙는 신이 애기씨와 행랑아범(신정근)이다. 이정은에게 두 사람은 가족이다.

“태리씨와는 너무 정들어 덤덤해지지 않았다. 보기만 해도 울었다. 감정을 덜어내는 데 시간이 걸렸다. 두 사람은 붙 같이 타오르는 게 아니고 온돌처럼 서로에게 온기를 준다. 신정근 선배가 마지막 신에서는 대사를 천천히 해라고 알려주었다. 우리가 언제 멜로를 해보겠냐. 츤데레인 신 선배와는 유머스러운 장면을 만들 때가 가장 재미 있다. 포텐 안터지는 사부작 재미다. 신 선배가 액션을 춤추듯 하는 장면을 보고 놀랐다. 빗자루로 일본군을 상대하지 않나”

이정은은 김태리의 연기를 보고 반했다. “제가 29살일 때와 비교해보면 담백하고 성숙하다. 자신이 생각한 대로 리얼리티가 안나오면 잠을 못잔다. 주연할 자격이 있다. 태리는 서서히 정이 드는 동료배우다. 나의 친구일 수도 있고, 나의 선배일 수도 있다.”

이정은 이번 작품의 공을 작가와 감독에게 돌렸다.

“김은숙 작가와는 첫 작품이다. 작가가 사적인 견해나 충고가 들어갈까봐 일부러 배우를 안만난다고 하더라. 감독과 의논해 잘 표현해달라고만 했다. 나중에 만나서 고맙다는말을 전했다. 작가님이 나에게 문장의 마침표까지 잘 살려줘 고맙다고 했다. 김 작가는 언어 자체가 대사이며, 위트 있게 들렸다. 나는 ‘불랑스 제빵소’라고 돼 있으면 ‘제빵소예?‘ 정도로 변화를 줬다. 친일파도 입체적으로 그려냈다. 이응복 감독은 대본에 자세히 안쓰여있어도 화면 구성을 잘했고, 스토리를 중시했다. 이름 없는 의병 전개 장면에서 특히 많은 노력을 하는 게 보였다.”

이정은은 배우로서, 여성으로서 집안 여성 역할에 대한 고민이 많다. “과도기다. 우리도 반영해나가야 한다. 며느리 없는 집에, 시어머니가 온 게 이렇게 이슈가 될지 몰랐다. 세대간 소통을 하려면 이런게 자꾸 나와야 하고 조율하는 입장도 돼봐야 한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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