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스러운 시대이다. 최저임금인상, 부동산폭등, 사법부 파동, 북미 핵협상, 취업대란, 경기침체, 미중 관세전쟁, 국민연금 고갈, 예체능 병역특례, 출산율 참사, 청소년 범죄, 교육 불신 등 너무나 다양한 그리고 쉽지 않은 이슈들이 사회 곳곳에서 동시에 진행되고 논의되고 있다. 평범한 시민이 이 모든 이슈를 이해하기란 불가능해 보인다. 우리 사회는 어디로 가는 것일까라는 물음에 답을 찾기 쉽지 않다.

이처럼 복잡하고 난해한 사회적 이슈들은 우리 사회가 얼마나 불완전한가를 잘 보여준다. 인간은 완벽하지 않고 따라서 인간이 만든 사회도 불완전한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완벽한 논리체계로 알려져 있는 수학에서조차도 불완전하다는 것이 1931년 독일의 괴델이라는 수학자에 의해서 증명되었고 “불완전성 정리” (Theory of Incompleteness)“로 알려졌다. 어떠한 공리체계도 증명할 수 없는 참인 명제가 항상 존재하며, 따라서 스스로 모순성이 없음에 대한 증명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즉, 자신이 한 증명이 맞았는지를 자신이 증명할 수 없다는 것이다. 중이 제 머리를 못 깎는다는 속담과 비슷한 맥락을 내포하고 있다.

괴델의 불완전성 정리는 기말고사 답안지 채점을 예로 들 수 있다. 답안지의 채점은 주로 선생님이 하시는데, 선생님이 채점을 맞게 하셨는지는 선생님 스스로 증명할 수 없다는 것이다. 만약 선생님의 채점 방법에 대한 검증을 위해서는 외부 검증위원이 필요하고, 나아가 외부 검증위원의 검증을 위한 또 다른 검증위원이 필요하다. 결국, 무한명의 검증위원이 필요하고 따라서 선생님 채점의 객관적 검증은 불가능하다. 선생님에 대한 사회적 신뢰만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구성원 간의 신뢰가 사회발전에 필수적이다.

괴델의 불완전성 정리는 인공지능에도 적용될 수 있다. 인간보다 능력이 뛰어나고 모든 문제를 다 풀 수 있는 인공지능을 강인공지능이라고 한다. 강인공지능의 출현은 인류의 미래를 위협할 수 있는데, 불완전성의 원리를 이용하여 강인공지능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설명할 수 있다. 주어진 프로그램에 오류가 없다는 것을 프로그램 스스로 증명할 수 없기 때문이다. 즉, 강인공지능이라고 스스로 생각하는 인공지능 시스템에도 많은 오류가 존재할 수 있고, 따라서 모든 것을 다 풀 수 없을 것이며, 결국 강인공지능은 존재할 수 없게 된다.

우리 사회 곳곳에서도 불완전성의 원리를 목격할 수 있다. 최근에 목도하는 사법부 파동은 우리나라의 권력구조가 얼마나 불완전한지를 너무나 잘 보여준다.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의 재판 거래 등 사법부가 저지른 범죄행위에 대한 수사가 사법부에 의해서 방해받고 있다. 각종 영장이 줄줄이 기각되고 있다. 사법부가 사법부의 범죄를 단죄할 수 없을 것 같다. 불완전성의 원리가 작동되고 있다. 특단의 조치가 필요해 보인다.

교육분야에서도 불완전성의 원리가 적용되고 있다. 숙명여고에서 발생한 시험지 유출 의심 사건도 교육계 스스로 해결할 수 없을 것이다. 이 사건은 내신 성적을 기반으로 하는 대학입시제도가 내부의 침해에 얼마나 연약한지를 잘 보여준다. 어떻게 결론이 날지 예단할 수는 없지만, 내신성적기반 입시제도 전반에 대한 논의가 진행될 것이다. 괴델의 불완전성 원리는 완벽한 입시제도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에게 알려준다. 입시제도 개선에는 교육전문가의 식견뿐 아니라 사회적 합의가 필수적이다. 완전하지 않은 대안 중에서 하나를 선택해야 하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권의 국정농단에서도 불완전성 원리가 작동하였다. 잘못된 정책집행을 정권 스스로는 잘못되었다는 것을 판단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결국 촛불혁명으로 해결되었다. 헌법에 명시된 저항권은 불완전성 원리를 극복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하고 필수적인 조항이다.

현재 사회적으로 제일 관심이 많은 부동산 폭등에 대한 정부의 대책에서도 불완전성의 원리가 느껴진다. 다수의 고위 공직자들이 강남에 거주하는 상황에서 정부에서 제안하는 새로운 부동산 정책들은 뭔가 핵심을 비켜간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국민적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