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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범죄의재구성] 전창진 ‘3억 차용증’, 의리의 증표라기엔…
[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우리나라 프로농구계의 대표 명장으로 꼽히는 전창진(52·사진) 안양 인삼공사 감독이 수억원대 불법 스포츠 도박에 연루된 혐의가 드러나 온 국민이 충격을 받고 있습니다.

전 감독은 부산 KT를 이끌던 지난 2월에 차용증을 써주고 사채업자로부터 3억원을 빌려 지인을 통해 불법 도박업체에 베팅한 다음 큰 점수 차이 패배를 유도해 이득을 챙긴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전 감독이 사채까지 써가면서 돈을 맡긴 사람은 평소 호형호제하며 막역히 지냈다던 열네살 밑의 한 30대 남성이었습니다. 이 사람은 이미 구속된 상태이고요.

사진=OSEN

경찰은 전 감독이 지난 2월 경기가 있던 어느날 자신이 지휘한 KT가 패배한다는 쪽에 베팅을 했고, 실제로 팀이 져 3억원의 약 1.9배에 해당하는 차익 중 일부를 돌려받았다고 보고 있습니다.

경찰은 전 감독이 돈을 빌려 건네주고 불법 베팅을 통해 번 돈을 편취하는 과정에서 차명계좌가 사용됐으며 이를 확보한 상태라고 밝혔습니다.

시간을 거슬러 문제의 경기로 지목되는 지난 2월20일 서울 SK와의 대결 결과는 실제로 15점차 대패였습니다.

물론 KT는 통신 라이벌인 SK와의 경기에도 모두 연패를 당했었고, 대부분 10점차 이상으로 져 왔기 때문에 이날도 크게 이상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다만 의심의 화살은 그날의 선수 기용 문제로 향하고 있습니다. KT의 핵심선수 두명의 경기 출전시간이 비정상적으로 짧았고, 대신 후보 선수들이 이를 메우는 방식으로 게임이 전개됐습니다.

실제로 이날 경기에서 주전 외국인 선수 찰스 로드가 뛴 경기시간은 12분이 채 안됐습니다. 주포인 조성민도 10분만 뛰고 무득점에 그쳤습니다.

이번 사건이 보도된 지난 26일에만 해도 전 감독의 행방이 묘연해 그의 혐의가 확정적인 것으로 여겨지는 분위기였습니다.

하지만 하루만에 전 감독은 변호인을 내세워 반격에 나서기 시작합니다.

전 감독이 친한 동생에게 돈을 빌려준 것은 사실이지만, 불법 스포츠 베팅에 사용될 것이란 목적성은 알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나섰습니다.

그러면서 오히려 자신이 피해자라며 자신에 대한 조사를 신속히 진행해 달라는 식으로 되레 경찰을 압박했죠.

전 감독 측은 그 동생이 그동안에도 도박 자금을 빌리면서 전 감독의 이름을 팔고 다녔고, 이번에도 전 감독에게 경기 정보를 얻어 베팅하면 이익을 낼 수 있다면 미리 사채업자를 만나 구슬렸다고 주장합니다.

지난 2월 이후로 그 동생은 결국 3억원을 모두 탕진했고, 차용증을 써준 전 감독이 울며 겨자먹기로 이를 대신 갚아주기까지 했다고 말했습니다.

2월 경기의 선수기용 문제에 대해선 KT의 플레이오프 탈락이 유력한 상황에서 주전 선수들을 보호하고 후보 선수들에게 경기 경험을 쌓게 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명합니다.

하지만 아무리 의리가 좋아도 3억원이란 큰돈을 어디에다 쓰는지도 모른채 빌려줬다는 주장은 쉽게 수긍이 가지 않는데 사실입니다.

전 감독에 대한 소환 조사는 다음주 정도 이뤄질 전망입니다. 그가 써준 3억원짜리 차용증이 비리의 흔적이었는지, 아니면 의리의 증표였는지는 곧 밝혀지겠죠.

gi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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