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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승희의 이 장면&이 대사] 슈ㆍ장수원, 돌아온 1세대 아이돌…우리 많이 달라졌나요?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90년대 중ㆍ후반 대한민국 가요계엔 소위 말하는 아이돌그룹이라는 게 등장했다. 출중한 외모와 노래, 춤실력을 겸비한 소년 소녀들은 아직 어린 티가 묻어났지만, 또래의 청소년들을 사로잡기에 그만하면 충분했다. 데뷔 무렵 10대 후반에 불과했던 1세대 아이돌이 한 명씩 돌아오는 요즘이다. 지난 27일엔 원조 국민요정 S.E.S의 슈와 ‘H.O.T 대항마’ 젝스키스의 장수원이 각각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시청자와 만났다.

어느새 30대 중반이 된 왕년의 아이돌스타들은 이제 TV 안에서 새로운 이미지를 장착한 스타가 됐다.

‘무한도전-토토가(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로 다시 주목받은 ‘흥’ 많은 세 아이의 엄마 슈는 방송가가 선호하는 대세 스타다. 대중문화 황금시대를 풍미한 최초의 걸그룹 멤버이자 복고 열풍의 주역, 육아예능이 범국민적인 사랑을 받는 때에 하나도 둘도 아니 세 아이의 엄마라는 점은 예능가가 탐낼 만한다.


상큼하고 다재다능했던 과거를 보낸 슈가 SBS ‘룸메이트 시즌2’에 출연하자 반응이 놀라웠다. 지난 20일 방송은 슈와 세 살배기 쌍둥이 딸의 등장으로 7%까지 시청률이 치솟았다. 27일엔 초반 30분에만 출연했으나 남편 임효성과의 만남과 결혼까지의 이야기도 시청자를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자꾸만 울음이 터져나오는 쌍둥이를 달래고, 아이들의 식사를 챙기는 슈의 얼굴엔 과거 무대 위에서의 화려함은 지워졌다. 아내이며 엄마로 사느라 잊고 지냈던 긴 시간이 ‘토토가’를 통해 나올 때 남편 임효성은 “‘토토가’를 위해 예전에 가요 프로그램에서 했던 걸 준비하는데 많이 설레했다. 평소 눈물이 없는데 ‘토토가’를 보며 나도 눈물이 났다”며 “아내가 행복해 하니까 방송활동을 응원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단 한 번도 ‘해체’라는 말을 사용하진 않았지만 짧은 걸그룹 활동을 끝낸 뒤 슈는 바다와 유진에 비해 국내 안방에서 노출되는 빈도가 적었다. 바다가 뮤지컬로, 유진이 드라마로 왕성한 활동을 할 때에 슈는 그룹활동 종료 이후 일본에서 방송과 뮤지컬 무대에 선 뒤 어린 나이에 결혼해 엄마가 됐다.

슈에게 지난 시간은 어떤 의미였을까. 슈는 ‘토토가’ 이후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너무나도 소중했던 그 시절로 다시 갈 수 있다는 생각을 못했다“고 했다. “그 때의 음악은 여전히 향수이고, 소중한 추억이다. 관객의 호응소리가 그 시절 우리에겐 가장 큰 에너지였는데 그 땐 왜 그걸 몰랐을까”라며 소중했던 추억을 떠올리게된 것에 감사해했다.

슈와 함께 안방을 찾은 또 한 명의 스타는 ‘여섯개의 수정’ 젝스키스의 장수원이다. 몇 해전 KBS2 ‘사랑과 전쟁2’ 아이돌 특집에 출연, ‘전무후무한 발연기’로 화제가 된 주인공이다.

장수원에게 연기력 논란은 도리어 호재였다. 그 ‘발연기’ 영상은 온라인에서 무한재생을 반복하는 인기동영상에 오르며 ‘로봇연기’의 일인자라는 수사까지 더하게 됐다. 연기력이 부족해 불쾌감을 주는게 아니라, 발연기가 유머코드로 사용되며 연예계로 복귀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최근에는 tvN 인기드라마 ‘미생’을 패러디한 ‘미생물’에서 활약하며 웃음을 줬다. 이젠 ”연기가 늘어 초심을 잃었다“는 반응까지 달고 다니고, “많이 놀랐죠”라는 유행어까지 만든 인기인 반열에 올랐다.

장수원은 젝스키스의 해체 이후 김재덕과 함께 ‘제이워크’라는 그룹을 결성해 활동했으나, 같은 멤버였던 은지원의 왕성한 방송활동에 비한다면 잊혀진 얼굴이었다.


대세스타가 된 장수원은 27일 tvN ‘택시’에 출연해 열세 살 연하의 여자친구 이야기부터 ‘로봇 연기’ 이후 달라진 일상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다. “1년 전까지만 해도 여자친구와 명동을 다녀도 알아보지 못했다”는데, 이제는 ‘로봇 연기’ 덕에 “CF를 9개나 찍으며 3억원을 벌어들일” 정도로 대세가 됐다.

해마다 무수히 많은 아이돌그룹이 가요계에 쏟아진다. 매달 몇 개의 그룹이 만들어졌다 사라지기를 반복하는 생존 정글에서 특정 그룹이 살아남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지만, 다수의 멤버들 중 주목받아 인기를 얻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전천후 연예인’을 목표로 많은 아이돌그룹 멤버들이 노래와 연기, 예능을 겸하고 있지만 그 과정은 험난하다. ‘대세’ 중의 대세가 된 ‘미생’의 장그래 임시완은 제국의 아이들 데뷔 무렵 “대학 전공 살려 사회로 돌아가면 어떨까 고민했었다”고 했다. “끼도 없고 소극적”인 자신이 “연예계의 장그래”라면서 “이 곳에서 내가 정말 필요한 돌인가를 묻게 됐다”는 것이다. 실제로 임시완은 제국의아이들로 활동할 때는 다른 멤버들에 비해 주목받지 못했다. 2012년 MBC ‘해를 품은 달’로 연기에 도전한 이후 2013년 영화 ‘변호인’, 2014년 ‘미생’까지 이어져서야 비로소 살아남은 돌이 됐다. 임시완 스스로는 “가수로 데뷔했을 때보다 연기를 통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생겼다는 점에서 조금 안도감을 찾긴 했지만 지금도 내가 꼭 필요한 돌이라 생각하진 않는다”고 말한다.

아이돌의 불안감이란 이런 것이었다. ‘룸메이트’에선 우는 아이들을 달래며 엄마로의 삶을 사는 슈의 곁에서 안절부절하는 써니의 모습을 담으며 걸그룹 멤버로의 미래를 고민하는 장면을 연출했다. 장수원은 다시 찾아온 인기가 금세 지나갈 반짝인기라는 것도 안다. 다만 대중이 만들어준 인기에 보답하고 싶은 마음이기에, 어떻게든 웃음과 재미를 주고 싶다고 한다.

생애 가장 화려했을지도 모를 순간을 흘려보낸 뒤 돌아온 ‘왕년의 아이돌’의 모습은 10여년 전의 그 날들과 비교한다면 조금은 달라진 외모로 인해 아쉬워하는 팬들이 있을 지도 모르겠다. 인터넷에선 이들의 이른바 ‘리즈시절’ 사진이 떠도는 것이 그 같은 이유다. 하지만 두 사람을 반갑게 환영하는 대중의 마음은 어쩌면 험난한 연예계 생활을 각자의 방식으로 버티며 시간의 길이를 얼굴에 새겨넣은 고단함에 대한 위로는 아니었을까.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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