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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WOW리스트]국내 격투기 ‘악몽의 로블로’ 5선
[헤럴드경제=조용직 기자]지난 12일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 SK핸드볼경기장에서 열렸던 종합격투기대회 레볼루션2의 메인카드는 ‘테크노 골리앗’ 최홍만이나 아이돌그룹 ‘제국의 아이들’의 김태헌이 아닌 명현만(29)이었다. 이름은 덜 알려졌지만 실력 본위로는 메인감이라는 대회사의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 그런데 그는 이런 기대를 배반(?)하고 대형사고를 치고 말았다. 태클 시도를 하려는 상대 나카무라 유타의 낭심에 체중 실린 로킥을 날려버린 것이다.

나카무라는 캔버스에 드러누운 채 손을 덜덜 떨며 극심한 고통을 호소했다. 경기를 속행할 수 있는 상황이 결코 아니었다. 최홍만의 당일 결장사태로 인해 어수선한 대회 분위기를 반전시킬 유일한 희망이었던 명현만은 명경기를 선사하는 대신 이렇게 1회 15초 만에 반칙패한 채 링을 내려와야 했다. 

무사시가 2007년 K-1 홍콩대회에서 박용수에 실신KO승을 거둔 뒤 쓰러진 박용수에게 발길질을 하고 침을 뱉는 비신사적인 행위를 하고 있다. 뜯어말리는 링세컨드는 그를 진정시키기 위해 뺨을 때려야 했다. 이후 무사시는 자신이 너무 심한 일을 저지른 것을 물타기 하기 위해 쓰러져 닥터체크를 받고 있는 박용수에게 다가가 위로의 말을 건넨 뒤 링을 내려왔다.

고의성은 없었지만, 명현만의 과실임은 분명했다. 명현만은 중립 코너로 가 있는 동안 뜻 밖이란 표정을 지으며 “(낭심에 공격이) 안 들어갔어”라며 자신의 코너맨 측에 변명했다. 하지만 느리게 재생된 녹화 화면에서 그의 ‘범행’이 여지없이 드러났다. 대회 관계자는 망연자실한 채 이 광경을 바라만 보고 있었다. 클라이막스가 삭제된 영화를 본 것 같은 찝찝함을 느끼며 귀가길에 오른 관중들이 없지 않았을 것이다.

국내 첫 종합격투기대회 스피릿MC 등을 효시로 13년째 현대식 격투기 이벤트 역사가 이어지고 있는 국내에서 로블로로 인해 주목받던 경기가 엉망진창이 되거나, 심지어는 대회 흥행 전체를 흔드는 악영향을 준 적이 종종 있다. 이런 사례중 가장 최근에 발생한 게 이번 레볼루션2 경기다. 이외에도 여러 팬들 사이에서 회자됐던 4개 경기를 포함해 총 5개 경기를 선정해 봤다.

▶로드FC 3, 데니스 강의 고간에 찍힌 위승배의 무릎=지난 2011년 로드FC 3 ‘익스플로전’ 대회 메인이벤트에서 ‘슈퍼코리안’ 데니스 강과 ‘흑마’ 위승배의 경기가 마련됐다. 펀치 공방이 이어지던 중 위승배가 짧게 도약하며 레프트 니킥을 시도한다. 이 자체로 대미지를 주기보다는 거리를 좁히기 위한 수단이었다. 그런데 이 공격이 그만 데니스의 벨트라인 아래 하복부에 찍히고 만다. 데니스는 심판에 수신호로 고통을 호소하며 바닥에 앉았다. 어리둥절해 하던 주심은 데니스 강에게 TKO패를 선언한다. 하지만 데니스 측의 강력한 항의가 이어지자 정문홍 대표가 직접 케이지 안에 들어간 뒤 경기를 속개를 지시한다. 승부는 2라운드 위승배의 니킥에 의한 TKO승으로 ‘정상적으로’ 끝났으나, 1회 초반 발생했던 상황이 로블로였는지 아닌지 논란이 불거졌다.

데니스 강은 경기 뒤 “낭심을 직접 맞진 않았지만 파울컵이 밀리면서 그와 같은 통증이 전달됐다”고 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데니스 강이 통증을 느끼지 않았더라도 해당 부위 가격은 반칙이다. 종합격투기 등에서 금지하는 ‘그로인(groin)’ 가격에는 낭심만 포함되지 않는다. 서혜부 전반이 포함된다. 즉 벨트라인 아래의 하복부는 전부 공격 금지 부위다. 어쨌든 판정이 번복되는 동안 데니스 강은 쉴 수 있었고, 2회 위승배는 확실한 공격으로 제대로 된 승리를 따냈다. 해프닝이 있었을지언정 경기 결과가 뒤집히지는 않아 다행이었던 경기다. 데니스 강은 UFC 입성 당시부터 신체, 정신적 문제로 전성기보다 현격히 기량이 떨어져 있었고, 이 경기로 국내 중견급 선수에게도 통하지 않을 만큼 심신이 망가져 있음을 노출했다.

▶스피릿MC 17, 권아솔 로블로에 심판 업어친 김도형=지금은 사라졌으나 현재 유명 파이터들 대부분을 배출했던 스피릿MC의 2008년 대회. 확고한 강자로 자리잡고 있던 김도형과 당시 무서운 신예로 통하던 권아솔의 경기였다. 권아솔의 처음 뻗은 로킥은 김도형의 낭심을 향했다. 김도형은 고통을 호소하면서 링바닥을 강하게 내리치며 이례적으로 강한 항의를 한다. 권아솔이 고의적으로 로블로를 냈다고 본 것이다. 재개된 직후 권아솔의 킥이 다시 로블로가 됐다. 인내심을 버린 김도형은 말리러 들어오는 이수용 심판마저 업어치기로 메쳐버린다.

장내 심판진은 이런 김도형을 달래 휴식시간을 준 뒤 경기를 속행시킨다. 하지만 평정심을 잃은 김도형은 권아솔의 힘을 앞세운 페이스에 말리며 결국 판정패하고 말았다. 김도형은 당시를 회상하며 “고의적으로 그런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 대단하다”며 혀를 내두른 바 있다. 군 복무 후 로드FC를 통해 활약중인 권아솔은 현재도 거침없는 입담과 악역을 자처한 듯한 행보로 그의 이런 스타일을 좋아하는 팬뿐 아니라 적지 않은 안티팬도 보유하고 있다. 

권아솔이 2008년 스피릿MC 17에서 플라잉암바를 시도한 김도형의 몸을 뽑아들며 저항하고 있다. 고의성 짙은 연속 낭심가격으로 김도형의 평정심을 흐트러뜨린 권아솔은 이후 속행된 경기에서 힘과 기세로 몰아붙이며 판정승을 거뒀다.

▶네오파이트 4, 고의성 짙은 3연속 낭심 니킥에 혼절한 한석훈=정확히 10년전 이맘 때인 2004년 9월12일 지금은 사라진 김미파이브 상설경기장에서 열린 네오파이트 4에서 네오파이트 대 일본 판크라스의 한일 대항전 원매치가 마련됐다. 스트리트 파이터 스타일로 잘 나가던 한석훈(당시 2승1무1패)과 2승1패의 신예 이시노 타카시의 대결이었다. 한석훈의 터프함을 경계한 이시노는 경기 시작 공과 함께 잠시 뜸을 들이다 곧바로 클린치후 한석훈을 코너로 몰았다. 그라운드 공방에 익숙하지 않은 한석훈은 서서 버티던 중 ‘헉’ 소리를 내며 캔버스에서 나뒹굴었다. 이시노의 클린칭 무릎치기가 금적으로 향한 것이다. 5분 가까이 휴식이 주어진 뒤 재개된 경기에서 채 1분이 지나지 않아 다시 한번 비명이 터진다. 이시노가 클린칭 무릎치기를 반복한 게 다시 낭심에 꽂혔다.

한석훈은 경기하지 않겠다는 의사로 고개를 수 차례 젓는다. 얼굴은 퍼렇게 질린 상태였다. 대회 관계자가 이런 한석훈을 강하게 설득한다. 마치내 다시 10여분 뒤 경기가 재개된다. 그러나 이시노의 금적 폭격은 멈추지 않았다. 별다른 공격 없이 다시 한석훈을 껴안고 링포스트로 밀어넣은 뒤 똑같은 무릎치기로 한석훈의 중요한 곳을 가격했다. 이번엔 ‘모든 것을 잃었을 때 나올 만 한 처량한 울부짖음’과 함께 거목이 쓰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한석훈은 경련을 일으키며 실신했고, 주최측은 곧바로 경기종료 공을 울린 뒤 이시노의 반칙패를 선언했다. 이시노의 3연속 낭심가격은 도저히 실수로 봐줄 수 없었다. 후일담에 따르면 네오파이트 측은 이시노의 비열한 경기 행위에 대해 판크라스 측에 강력하게 항의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석훈은 그 뒤 단 한번도 링에 오르지 않았고, 이시노는 그해 3차례 경기를 더 한 뒤 3승4패의 전적으로 커리어에 방점을 찍었다.

▶엉망된 K-1 2007 홍콩대회, 발단은 무사시 고환 3번 찬 태권 킥=비록 국내 대회는 아니지만 한국 선수의 로킥이 해외 대회를 망쳐버린 발단이 된 경우가 있다. 2007년 K-1 홍콩대회였다. 태권도 국가대표 상비군 출신의 박용수와 일본 에이스 무사시의 원데이 토너먼트 8강전. 경기 초반 박용수가 오른발 로킥으로 1회 가볍게 무사시의 파울컵을 차 잠시 경기가 중단된다. 이후 박용수의 오른발 로킥은 좀더 강한 강도로 다시 무사시의 파울컵을 찬다. 그런데 속개된 경기에서 하단, 중단, 상단 등 자신의 킥 기술을 살려 킥 위주의 공세를 펴던 박용수의 킥 중 라이트 로킥 하나가 다시 무사시의 파울컵에 적중하고 말았다. ‘뻐걱’ 하는 플라스틱 깨지는 소리와 함께 무사시가 바닥에 나뒹군다. 고의성은 전혀 없었다. 세 차례 모두 사우스포인 무사시의 스탠스와 박용수의 앞으로 뻗는 킥 동작이 겹쳐 만들어진 불상사였다. 하지만 누적된 파울로 박용수는 경고에 해당하는 옐로카드를 받았다. 홍콩에서 처음 펼쳐지는 대회의 중요성 때문에 경기를 포기할 수 없었던 무사시는 5분여 간의 휴식 뒤 경기에 다시 나선다.

2회에도 박용수의 킥 중심 공세는 이어졌다. 하지만 무사시는 용맹하게 러시했다. 기회를 잡은 무사시의 양훅을 안면에 연이어 허용한 박용수가 무릎을 꿇듯 캔버스에 주저앉으며 실신했다. 여기까지는 좋았다. 무사시는 경기 종료 공이 울렸음에도 1회에 겪은 고통이 떠오른 듯 기절한 박용수에게 침을 여러 차례 뱉으며 발로 밟으며 분풀이를 했다. 비록 ‘광속 클린치’ 등 조롱을 들어온 무사시지만 실제로는 번듯한 인간성으로 알려졌던 무사시가 이 같은 비신사적인 행동을 한 데 대해 말이 많았다.

무사시는 당일 이어진 4강전에서 한국 투포환 출신 랜디 김을 이기고 올라온 중국의 신인급 선수인 왕치앙에게 또 한번 금적 공격을 당한다. 비신사적인 행동에 대한 하늘의 벌인지는 알 수 없다. 무사시 측 링세컨드는 급하게 타월을 던진다. 경기를 포기한다는 의사다. 왕치앙은 승리 선언을 받고 링을 내려왔다. 하지만 장내 방송에서 타월 투척을 없던 일로 하고 경기를 재개한다는 발표가 나오자, 이를 거부하고 경기장을 떠났다. 무사시는 왕치앙의 경기 포기로 승리했지만, 더 이상 경기할 수 없는 몸이었다. 이 때문에 왕치앙에게 대체 출전 기회가 주어진다. 그래서 마련된 왕치앙과 후지모토 유스케의 결승전에서는 후지모토가 승리한다. 엉망진창이었다. 그 뒤 다시는 홍콩에서 K-1 대회가 열리지 않았다.

무사시는 대회가 끝난 뒤 찾은 병원에서 고환내출혈이란 진단을 받았다. 고환에 심한 타박상을 당했을 때 오는 증세로, 고환이 파열됐거나 파열될 수 있는 상황까지 대미지를 입었었다는 뜻이다. 이런 소식이 전해지자 ‘무사시가 아니라 고자시’ ‘남자의 대결로는 박용수가 이겼다’ 등 웃기고도 슬픈 반응들이 뒤따랐다. 


yj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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