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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물론’ 박영준 대표 “세계적인 기타리스트들을 매료시킨 비결은 신뢰”
[헤럴드경제=정진영 기자] 제이슨 므라즈, 록밴드 본 조비의 리치 샘보라, 올해 그래미상을 거머쥔 개리 클라크 주니어 등의 공통점은 세계적인 기타리스트라는 사실 뿐만이 아니다. 이들은 ‘물론(Moollon)’이라는 브랜드의 이펙터(기타의 전기 신호화한 음을 가공해 원음과는 다른 음으로 변화시키는 장치)를 애용한다는 공통점도 가지고 있다. 놀랍게도 이 브랜드의 국적은 대한민국이다.

박영준 ‘물론’ 대표는 “세계적인 연주자들이 우리의 제품을 애용하는 이유는 품질에 대한 신뢰 때문”이라며 “작은 규모의 업체이지만 팝의 중심인 북미시장에서 품질로 인정을 받으면 충분히 승산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지난 2003년에 설립된 ‘물론’은 대중에겐 생소하지만 국내 프로 연주자들 사이에선 숨겨진 명품 대접을 받는 브랜드다. 조용필과 위대한탄생의 최희선, 봄여름가을겨울의 김종진, YB의 허준 등 정상급 기타리스트들의 무대 위엔 해외 유명 브랜드의 제품 대신 ‘물론’의 이펙터가 놓여있다. 심지어 리치 샘보라 등 몇몇 세계적인 연주자들은 먼저 ‘물론’의 가치를 알아보고 러브콜을 보냈다. 음악 현장의 최일선에 서있는 연주자들을 만족시킬 수 있었던 이유는 박 대표 역시 연주자 출신이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90년대 초반 들국화의 보컬 전인권의 밴드에서 기타리스트로 활약한 바 있다.

박영준 ‘물론’ 대표가 지난 5일 서울 구산동 본사 작업실에서 자사의 이펙터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정진영 기자/123@heraldcorp.com]

“연주자로 활동하면서 외국 유명 브랜드의 장비가 생각보다 제값을 못하고 있다는 느낌을 자주 받았습니다. 마음에 드는 소리를 만들기 위해 세운상가 등지에서 부품을 구해 기타와 이펙터를 개조하다보니, 노력하면 우리도 충분히 좋은 소리를 만들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죠.”

박 대표는 고심 끝에 연주자로서의 삶을 포기하고 이펙터 개발에 매진했다. 또한 박 대표는 설립 초기인 2005년부터 미국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악기 박람회인 ‘남쇼(NAMM ShowㆍNational Association of Music Merchants)’에 참가하며 세계시장의 동향을 파악하는데 힘썼다.

“처음에 해외 시장을 개척할 때 가장 어려웠던 부분은 우리 제품이 ‘메이드 인 코리아’이기 때문이었습니다. 설립 초기부터 품질에는 자신이 있었지만 한국이 세계 음악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은 생소한 나라이다 보니 해외 소비자들에게 파고드는 일이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편견 없이 품질로 평가하는 해외 뮤지션들이 늘어나 점점 입소문을 탔고, 이젠 남쇼에 10년 째 참가하는 단골 업체가 됐습니다.”

 
‘물론’이 올해 새롭게 출시할 예정인 이펙터.

품질 외에 ‘물론’의 또 다른 차별화 된 특징은 화려한 디자인이다. 대부분의 이펙터들이 다소 투박한 디자인을 가진 것과 대조적이다. 또한 ‘물론’의 제품은 단 하나도 같은 디자인을 가지고 있지 않다. 이 모든 디자인은 모두 박 대표의 작품이다. 또한 세계적인 브랜드 못지않은 고가(高價)를 고수하는 것도 ‘물론’의 개성 아닌 개성이다.

“속(품질)과 겉(디자인)을 모두 차별화시켜야 시장에 각인이 가능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또 제가 대학에서 미술(홍대 미대)을 전공한 터라 어설픈 디자인의 제품을 내놓고 싶지 않았습니다. 디자인뿐만 아니라 제작의 모든 과정이 수작업으로 이뤄집니다. 저는 ‘물론’의 제품을 루이비통, 샤넬 못지않은 수제 명품이라는 생각으로 제품을 내놓습니다. 비록 고가를 고수하고 있지만, 그 가격 이상의 가치가 제품에 녹아있다고 자신합니다. 우리는 명품처럼 한 번 구입하면 평생 쓸 수 있는 제품을 만듭니다.”

‘물론’이 유일하게 시그너처 모델(연주자의 이름을 새겨 넣은 악기)을 제작하는 연주자인 최희선은 “‘물론’은 연주자에게 믿음과 감동을 주는 브랜드”라며 “전 세계 어느 브랜드와 비교해도 뒤지 않는 디자인과 품질을 자랑한다”고 추켜세웠다. 밴드 델리스파이스의 기타리스트 김민규는 “‘물론’의 제품의 특징을 한 단어로 요약하면 ‘신뢰’”라며 “어느 무대에서든 안정된 소리를 들려주기 때문에 연주자가 연주에만 전념할 수 있게 만들어 준다”고 평가했다.

‘물론’의 선전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은 여전히 세계 악기 시장에서 소외돼 있다. 박 대표는 개개의 업체에 대한 지원보다도 음악적 저변 확대가 국내 악기 시장 발전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했다.

“현재 K-팝이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지만, 컴퓨터와 가상 악기를 활용한 일렉트로닉 댄스 뮤직이 주류를 이루고 있기 때문에 연주자들이 점점 설 자리를 잃고 있습니다. 이는 장기적으로 K-팝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겁니다. 악기의 발전은 음악의 발전을 뒤따릅니다. 악기는 더 좋은 음악을 들려주기 위한 서포터 역할을 하기 때문에, 음악적 저변이 확대돼야 악기 시장도 발전합니다. 저는 ‘물론’이 서포터로서 조금도 손색없는 악기라고 자부합니다.”

123@heraldcorp.com

박영준 ‘물론’ 대표와 조용필과 위대한탄생의 기타리스트 최희선이 이펙터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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