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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中쓰촨 피해자들의 심리 대변……무용은 정치얘기도 할수 있어”
佛현대무용‘스푸마토’안무가 라시드 우람단
지난 13일 서울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프랑스 현대무용 ‘스푸마토’의 공연이 끝나자 일부 관객은 기립박수를 보냈다. 안개와 비, 물로 표현된 자연재해와 세계에 맞서 인간의 존엄과 생명의 고귀함을 격렬한 몸짓으로 보여준 무용수에게 보낸 찬사이자, 보편적 인류애를 함께 나눈 동질감의 표현이었다. 공연 중간 상영된 중국 쓰촨 대지진 피해자 영상은 관객의 이해를 도왔다.

안무가 라시드 우람단(42ㆍ사진)은 “자연재해로 피해를 당한 사람들을 많이 인터뷰했다. 아이를 잃고 집을 잃은 뒤 피해자의 심리가 좋지 않은 것을 발견했다. 이들의 증언을 몸과 어떻게 결합시킬까 생각했고, 말로 전달하지 못한 것을 몸으로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한국에서도 공연한 ‘먼...로인(Loin)’에선 프랑스 이민자의 정체성과 소수민족과 문화를 다뤘다. 프랑스 식민지였던 알제리인인 자신의 부친이 다른 프랑스 지배령이던 베트남전에 참전하면서 겪은 아이러니와 슬픔을 다룬, 내적 고백이었다.

국가와 사회로부터 보호받지 못하고 오히려 내몰린 개인의 삶은 예술가의 무대화 과정을 거쳐 관객에게 묵직한 여운을 남긴다.


우람단은 “무용은 단지 몸의 움직임이 아니다”며 “무용도 굉장히 정치적일 수 있고, 사회적인 부분에 관여할 수 있어야 한다. 복잡다단한 사회 현상에 대해서도 얘기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람단은 또 “전쟁에서 고문받은 사람을 인터뷰했을 때 그들이 정말 원한 것은 정신과 치료가 아니라 시나 글 같은 문학이었다”며 예술의 치유 기능을 얘기하며 “나 자신을 얘기할 때 ‘무용한다’는 얘기보다는 ‘정말 현실적 예술을 한다’고 말하고 싶다”고 했다.

‘다큐-댄스’ ‘다큐-연극’ 같은 사회 참여 예술이 프랑스에선 점차 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전통적으로 예술가의 사회 참여 역사가 있다. 그러다 예술이 여가의 하나로 전향됐었는데, 이제는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야 한다. 예술을 통해 인간에게 교훈과 교육을 줘야 한다. 예술을 통해서 사회를 변화시키려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이것이 사회 변화의 원동력이 되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우람단은 2000년대 이후 프랑스 현대무용계의 ‘새로운 춤(french new dance)’의 흐름을 만든 대표 주자 중 한 명이다. 앙제국립현대무용학교를 졸업하고, 1996년 무용단을 창단한 뒤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다큐-댄스 작업을 주로 해오고 있다.


한지숙 기자/jshan@heraldcorp.com

사진=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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