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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리즘…현장칼럼> 반갑다, 베테랑...
정년을 60세까지 늘리는 법이 지난달 30일 국회를 통과했다. 이로써 한국 사회는 곧 ‘60세 정년 시대’를 맞게 됐다. 하지만 정년 연장의 수혜자인 50대 직장인들이 회사 내에서 인정받으면서 실제적인 존재감을 발휘할 수 있을지, 아니면 그저 단순히 ‘연장을 위한 연장’일 뿐일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벌써부터 정년 연장에 따른 청년 실업난 악화 운운하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고령층에 대한 직장 내에서의 인식 개선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정년’은 없지만 일찍 ‘직장생활’을 마감하는 대표적인 직업군이 있다. 바로 스포츠 선수다. 혈기왕성한 10대에 가능성을 싹틔우고 20대에 화려한 기량을 꽃피운다. 하지만 나이 앞에 ‘3’ 자를 그리는 순간 ‘고참’ 소리를 듣고 은퇴 계획에 대한 질문을 받기 시작한다. 30대 중반을 넘어서면 경기 때마다 “눈물겨운 노장 투혼” 소리도 심심찮게 듣는다. 일반적인 사회인의 기준에서 가장 왕성하게 일할 나이에 ‘뒷방 늙은이’ 취급을 받는 것이다.

1년 전 은퇴한 뒤 요즘은 TV 예능 프로그램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축구스타 송종국은 얼마전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이런 말을 했다. “어느 순간 ‘아, 이제 내가 후배들에게 슬슬 밀리고 있구나’ 하는 느낌이 온다. 특히 선수 시절 최고의 자리에 올라봤던 이들은 인정하고 싶지 않은 느낌이다. 하지만 받아들여야 한다. 내려놓는 순간 마음은 편하지만 좀 서글프긴 하다.”

그 어느 직군보다 가장 나이에 민감한 스포츠계에서 최근 반가운 소식이 들렸다. 바로 2002 한일 월드컵 4강 주역인 ‘진공청소기’ 김남일(인천)의 대표팀 복귀였다. 2014 브라질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을 3경기 남겨놓은 ‘최강희 호’의 부름을 받았다. 무려 3년 만의 대표팀 컴백이다. 우리 나이로 서른일곱. 함께 4강 신화를 일궜던 동료와 선배들은 은퇴한 지 오래다. 지난해 러시아리그 생활을 청산하고 국내무대로 복귀할 때만해도 김남일을 주목하는 이는 거의 없었다. 그저 선수 생활을 정리하는 수순으로 보였다. 하지만 올해 ‘회춘 모드’라는 수식어와 함께 전성기 못지않은 맹활약을 펼치면서 최강희 대표팀 감독의 낙점을 받았다. 최 감독은 김남일 발탁 배경에 대해 “선수를 선발할 때 나이를 고려해야 하지만 절대적으로 현재의 경기력을 봤다. 커리어와 경험을 지닌 선수가 활약을 보일 때 대표팀이 좋은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김남일이 갖고 있는 ‘베테랑의 힘’을 믿은 것이다.

김성근 고양 원더스 독립야구단 감독도 최근 프로야구 중계에서 베테랑의 중요성을 역설해 눈길을 끌었다. 김 감독은 “베테랑은 스스로 자기 한계를 규정짓지 말아야 한다. 새 얼굴들은 불꽃과도 같아서 화려하긴 해도 오래가지 않는다. 각 팀의 베테랑 선수들이 길게 끌고 가야 한다. 구단도 베테랑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그들을 이끌어줘야 한다”고 했다.

스포츠 만이 아니다. 정치, 경제, 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우리 사회는 베테랑을 필요로 한다. 젊은이들이 가질 수 없는 풍부한 경험과 날카로운 식견을 이들은 소리없이 품고 있다. 갈수록 새로운 것을 좇고 가벼워지는 요즘, 베테랑 김남일의 컴백이 그래서 더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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