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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 책]‘강기훈 유서대필 사건’ 진실을 파헤치다 <일어나라, 기훈아!>
[헤럴드생생뉴스]1894년 프랑스에서 벌어진 ‘드레퓌스 사건’과 1991년 한국에서 일어난 ‘강기훈 유서 대필 사건’은 여러모로 닮았다.

프랑스의 군부 세력은 드레퓌스를 ‘악랄한 간첩’으로 몰아갔고, 한국의 6공화국 정권은 강기훈 씨를 ‘유서를 대필한 범죄자’로 몰아붙였다. 진실 공방의 쟁점이 된 소재도 드레퓌스의 필적과 강기훈의 필적이라는 점에서 유사하다. 그러나 두 사건에는 결정적 차이점이 있다. 드레퓌스 사건의 경우 진실이 밝혀졌고, 유서 대필 사건은 아직도 재심이 진행 중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드레퓌스는 무죄 판결을 받은 뒤 다시 원래의 직업인 군인으로 돌아와 비교적 행복한 여생을 보낸 반면 강기훈 씨는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다.

강기훈 씨는 유서 대필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뒤 3년의 옥살이를 마치고 만기 출소했다. 이후 컴퓨터 회사 등에서 일을 했으나 ‘동료의 유서를 대필해 줬다’는 딱지를 떼지 못하고 어렵게 살았다. 그리고 강 씨는 명예 회복을 위한 마지막 기회인 재심의 시작을 기다리던 중 간암에 걸리고 말았다. 지난해 12월 20일 유서 대필 사건에 대한 재심이 시작되면서 강 씨는 자신에게 덧씌워진 오명을 벗을 기회를 잡았다. 하지만 투병 중인 강 씨가 언제 명예회복을 할 수 있을지는 확실치 않다.

이런 상황에서 유서 대필 사건 전후의 역사적 기록과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는 책이 발간됐다. 홍성교도소에서 수감 생활을 하던 정봉주 전 의원(2012년 12월 25일 만기출소)이 옥중에서 집필한 <일어나라, 기훈아!>(미래를소유한사람들)가 바로 그 책이다. 


저자인 정 전 의원은 강 씨와 함께 오랫동안 재야 민주화 운동을 함께 한 벗이다. 강 씨의 선배이기도 했던 정 전 의원은 강 씨가 만기출소하자 자신이 운영하던 학원으로 그를 불러 5년 동안 함께 일을 한 인연도 가지고 있다. 정 전 의원은 지난해 8월 감옥에서 강 씨의 투병 소식을 듣고 쾌유를 기원하는 편지를 써서 보냈다. 그 편지의 제목이 바로 이번에 출간된 책의 제목인 ‘일어나라, 기훈아!’였다.

이 책은 1991년 당시 상황을 집요하게 파헤치고 있다. ‘강기훈 유서 대필 사건’이 등장하게 된 배경부터 진행된 과정을 세심하게 추적함으로써 독자들에게 무엇이 진실인지를 확인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무엇보다 이 책은 강기훈 씨 한사람에게만 초점을 맞추지 않고 있다. 저자는 책을 통해 강 씨뿐 아니라 유서를 남기고 세상을 떠난 김기설, 1991년 5월 민주화 운동 당시 숨진 박승희, 천세용, 김영균, 김귀정, 강경대 등을 차례로 조명하며 그들의 넋을 위로했다.

한편 이 책의 인세 수익 전액은 간암 투병 중인 강기훈 씨를 돕는 데 사용된다.

onlinenew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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